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주로 힘쓰는 ‘반대편’ 근육 강화해야 부상방지… ‘펴고’, ‘미는’ 동작 많이 해야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홀드를 잡고 오르는 클라이머의 상완이두근.

‘클라이밍 실력 향상을 위한 최고의 트레이닝은 클라이밍이다.’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들 사이에선 유명한 격언이다. 별도 근육별로 트레이닝 할 것 없이 클라이밍을 지속하면 등반에 필요한 근육이 저절로 강화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당수의 일선 클라이밍 센터장들은 수강생에게 특정 트레이닝보다 먼저 많은 홀드에 매달릴 것을 주문하곤 한다.

그러나 미국의 등반전문지 <클라이밍>은 아예 모든 시간을 클라이밍에 투자하면 클라이밍 능력이 비효율적으로 향상될 뿐만 아니라 신체 불균형으로 인한 부상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한다. 클라이밍으로만 근육을 단련하면 클라이밍에 주로 사용되는 근육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과 상대적인 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근육 간 불균형한 성장이 왜 부상 위험을 초래하고, 클라이밍 실력 향상도 저해하는 걸까? <부상 없는 등반Climb injury-free>을 저술한 자레드 바지Jared Vagy 박사는 “인간의 근육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균형이 무척 중요하다”며 “균형이 맞지 않으면 근육 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련되지 못한 근육이 나머지 근육의 이동성이나 폭발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단련되지 못한 근육이 존재하면 다른 근육의 과도한 사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신체의 균형 잡힌 단련을 위해 〈클라이밍〉이 제안한 것은 ‘길항근’ 운동이다. 길항근은 어떤 근육이 하는 작용에 대해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근육을 말한다. 가령 이두근을 수축시키면 반대편 삼두근이 이완되는데 이때 이두근의 길항근은 삼두근이 되는 셈이다.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주로 사용되는 근육은 상완이두근, 손목굴근, 복근, 광배근 등이다. 이 근육들은 모두 몸 쪽으로 홀드를 당기고, 오르는 동작을 취할 때 사용된다. 이들의 길항근은 각각 반대편에 위치한 삼두근, 손목신근, 척추기립근, 대흉근 등이다. 물론, 각 근육에 대응하는 길항근을 전부 암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펴고’, ‘미는’ 동작을 취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번 기사에 소개되는 운동들은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주로 사용되는 근육의 길항근들을 단련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일주일에 1~2일 정도 꾸준히 길항근을 단련하면서 몸의 반응을 본 뒤 운동 강도를 조절하면 된다. 길항근이 충분히 단련되면 부상 예방은 물론, 같은 루트도 다른 동작으로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손을 손등 방향으로 당겨 주는 스트레칭 동작. 사진 셔터스톡.

1. 손목신근

흔히 팔꿈치 아래부터 손목 사이의 근육을 전완근으로 통칭한다. 전완근 중 클라이밍 시 사용되는 근육은 손바닥을 아래쪽으로 당길 때 사용되는 손목굴근이다. 홀드를 움켜쥐는 동작을 수행할 때 사용되는 근육이다. 손목굴근의 길항근은 손등을 위로 들어 올릴 때 사용되는 손목신근이다. 자레드 바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손목신근의 강도가 증가할수록 홀드를 쥘 때 안정성이 향상되고 손가락 부상의 위험도 줄어든다고 한다.

손목신근을 단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소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보통 전완근 단련 소도구로는 악력기를 사용하지만 이 소도구들은 손가락을 ‘펴는’ 힘을 강화시켜 주는 것들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핸드요가’를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맨 몸으로도 손목신근을 단련할 수 있다. 스트레칭하듯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반대편 손으로 손을 손등 쪽으로 젖혀 주면 된다. 젖힌 채로 15~30초 정도 유지하고 있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조금 더 운동 강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먼저 무릎을 땅에 댄 채 엎드려뻗친 다음, 양팔을 지면에 수직으로 쭉 펴고 양 손등을 땅바닥에 댄다. 이 상태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20~30회, 3세트 정도 수행하면 된다. 운동 강도는 손목에 싣는 체중에 따라 달라진다. 자칫 잘못하면 손목 부상으로 이어질 염려가 있으므로 매우 조심스럽게 운동해야 한다.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손목 강화 운동 중 하나인 손등 팔굽혀펴기. 부상 위험이 높아 숙련자가 아니면 시도하면 안 된다. 사진 stronglife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손목신근 강화에 도움이 되는 소도구들.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아령이나 무거운 물체가 있다면 손에 쥔 채 손등 방향으로 들어 올리는 운동도 손목신근 강화에 도움이 된다. 사진 MGH.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김자인 선수.

2. 대흉근

스포츠클라이밍은 등 근육(능형근, 승모근, 광배근 등)에 부하를 주는 동작들이 많다. 머리 위에 있는 홀드를 잡고 몸 쪽으로 당겨 오르는 동작을 수행할 때 주로 사용되는 근육이 등 근육이다. 등 근육의 길항근은 가슴에 위치한 대흉근으로, 미는 동작을 통해 강화된다.

가슴에 위치한 대흉근을 발달시키는 가장 잘 알려진 운동은 팔굽혀펴기다. 어깨 넓이로 팔을 벌리고 척추를 똑바로 세운 채 가슴이 지면에서 2~3cm 정도 될 때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면 된다. 이때 팔꿈치가 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팔굽혀펴기를 자주해 주면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니고 있는 실내암장에 기구가 설치돼 있다면 벤치프레스를 해도 좋다.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암장이나 헬스장에 설치돼 있는 벤치프레스를 이용해도 좋다.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벤치 딥스. 사진 셔터스톡.

3. 삼두근

흔히 ‘알통’이라고 부르는 상완이두근은 클라이밍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근육 중 하나다.

이두근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삼두근을 강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운동은 벤치 딥스다. 집에서도 의자나 탁자를 이용해 부담 없이 실시할 수 있는 운동이다.

운동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앉은 상태에서 팔로 지탱한 채 엉덩이를 벤치에서 띄우고, 팔이 직각이 될 때까지 몸을 내린 뒤 다시 원위치 하면 된다.

이때 팔꿈치가 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손은 어깨너비보다 좁게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력에 따라 15~20회, 3~5세트 정도 반복하면 된다.

삼두근을 강화해 두면 클라이머들이 흔히 겪는 부상 중 하나인 팔꿈치 통증을 예방하는 데 좋다.

클라이밍 근육 - keullaiming geun-yug

척추기립근을 강화하는 데 좋은 데드리프트. 사진 셔터스톡.

4. 척추기립근

중급 이상으로 실력이 오른 클라이머들은 으레 오버행에서 클라이밍을 즐기기 마련이다. 오버행에 매달린 채 클라이밍할 때 팔뿐만 아니라 복근도 적지 않게 사용된다. 복근의 길항근은 척추 후면에 위치해 척추 양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척추기립근이다.

척추기립근을 훈련시키는 대표적인 운동은 데드리프트다. 발은 엉덩이 넓이보다 약간 넓게 펼친 상태에서 어깨는 뒤로 당기고, 등은 똑바로 펴고, 무릎이 앞으로 나가지 않게 자세를 취한 뒤 철봉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는 운동이다.

데드리프트는 올바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 중 통증이 느껴질 경우에는 즉각 운동을 중단하고 전문가의 코치를 받는 것이 좋다.

척추기립근을 강화하면 상체와 하체의 각 동작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클라이밍 동작의 안정성이 훨씬 높아진다. 

운동 직전에도 길항근 운동을 실시하라!

몇 초 만에 근력을 급증시키려면 클라이밍 직전에 길항근 운동을 하는 것이 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박진만 스포츠 트레이너에 따르면, 운동 직전에 길항근 운동을 실시하면 근력이 순간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단, 명심해야 할 점은 강도 높은 운동이 아니라 스트레칭 정도로 가볍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근육을 고갈시키지 않고 가볍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선을 지켜야 한다. 완전히 길항근의 힘이 다할 때까지 운동하고, 등반에 나선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