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어려운 게임 - seutim eolyeoun geim

인내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고, 삶은 ‘존버’의 연속입니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내고 버티기 위해선 참아야 하죠. ‘참을 인’ 자가 셋이면 호구가 된다고들 하지만 한 번은 참아야 인생이 꼬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내심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여기 당신의 인내심을 길러줄 게임 몇 가지가 있습니다. 키보드나 게임패드를 던지지 않을 준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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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소울 시리즈

‘다크소울’ 시리즈는 대놓고 어려운 게임을 지향하는 액션 RPG입니다.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친절하고 쉬운 게임 디자인을 선보이는 최근작들과 달리 높은 난도의 묵직한 액션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시스템 자체도 불친절합니다. 게임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습니다.

또 한 놈 잡았다 싶으면 뒤통수를 치는 기상천외한 몬스터 배치, 각종 함정, 다양한 패턴의 보스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해 인내심을 시험합니다. 잠깐 한눈팔면 당신의 부고를 전하는 게임오버 메시지 ‘You died’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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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소울 리마스터. 이미지 출처: 프롬소프트웨어 공식 홈페이지

다크소울 시리즈는 높은 난도로 유명세를 타면서 흥행에도 성공합니다. 2011년 1편이 만들어진 이후 2016년까지 총 세 작품이 나왔으며, 2018년에는 1편의 리마스터 버전도 출시됐습니다. 다크소울 시리즈는 현재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죠. 제작사 프롬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다크소울 시리즈를 잇는 액션 게임 ‘세키로’로 다시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계촌 시리즈

‘마계촌’ 시리즈 역시 대표적인 고난도 게임입니다. 어려운 레벨 디자인으로 게이머를 참교육하던 시절의 고전 게임이기도 하죠. 1985년 출시된 ‘마계촌’은 제작사 캡콤의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주인공인 기사 아서가 괴물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를 배경으로으로 한 횡 스크롤 방식의 전형적인 아케이드 액션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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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실력이 말잇못인 아서의 대모험 마계촌 시리즈. 이미지 출처: 레트로 RGB

문제는 주인공인 기사 아서의 점프 실력이 심하게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모 배관공을 생각하고 게임을 하면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점프 높이도 낮고, 점프 궤도 고정에 공중에서 방향 전환이 안 됩니다.

적들의 공격을 피하기는커녕 발판에 캐릭터를 얹는 것조차 어려운 셈이죠. 고통은 시리즈 후속편으로 갈수록 더 커집니다. 적들에게 공격을 당하면 갑옷이 부서지고 팬티 차림으로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때문에 컬트적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팬티 차림에서 또 공격을 당하면 뼈만 덩그러니 남아 죽게 됩니다.

록맨 시리즈

고난도 2D 횡스크롤 액션 게임 중,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는 게임은 ‘록맨(메가맨)’ 시리즈입니다. 1987년 시작된 파란색 깡통 로봇 ‘록맨’은 클래식 시리즈, X, 대시, 제로, 에그제 등 다양한 시리즈로 분화됐는데요. 그중 정통으로 꼽히는 건 2D 액션 플랫포머 장르 클래식, X, 제로, ZX 시리즈입니다. 적들의 배치가 까다롭고 패턴이 다양해 지금도 유튜브에서 스테이지 클리어 영상이 회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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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이어진 록맨 클래식 시리즈. ‘록맨11’ 스크린샷. 이미지 출처: 캡콤

재밌는 것은 록맨 열풍에 다시 불을 지핀 게 2차 창작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지난 2008년, 일본 서브컬쳐계를 중심으로 ‘록맨2’ BGM을 활용한 ‘추억은 억척만’이라는 제목의 커버 곡이 인기를 끌면서 캡콤은 ‘록맨9’와 ‘록맨10’을 레트로 감성을 담은 클래식 시리즈 신작으로 출시했습니다. 클래식 시리즈는 2018년 ‘록맨11’로까지 이어집니다.

언더테일

‘언더테일’은 진.짜.겁.나.어.렵.습.니.다. 2D 도트 RPG를 기본으로 슈팅과 퍼즐이 결합한 복합장르 인디게임인데요. 플레이 도중 만나는 괴물을 살리거나 죽이는 이용자 선택에 따라 진행과 엔딩이 달라지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좋은 그래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틀을 깨는 연출 때문에 팬덤이 큰 인디게임이죠. 이런 인기를 발판 삼아 킥스타터 후원을 통해 제작된 게임은 PC를 비롯해 PS4, PS비타,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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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샌즈!”의 샌즈다. 이미지 출처: 게임 캡처

사실 언더테일은 게임 자체의 난이도보다 “아! 언더테일 아시는구나!”, “와! 샌즈!”, “진.짜.겁.나.어.렵.습.니.다” 등의 드립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큰 설명이 없는 퍼즐과 전투, 탄막 슈팅 게임을 연상시키는 일부 보스전 등 이용자가 알아서 눈치껏 게임 공략을 해야 하지만, 이보다 어려운 게임은 세상에 많습니다. 그냥 ‘언더테일’ 관련 얘기가 나오면 “아! 언더테일 아시는구나!”라고 한마디씩 거들면 됩니다.

게팅 오버 잇(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이른바 ‘항아리 게임’으로 알려진 ‘게팅 오버 잇’은 게임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유명해진 게임입니다. 항아리 모양의 구조물, 정확히는 서양식 가마솥에 하반신이 갇힌 대머리 사람 캐릭터가 ‘오함마’ 하나로 등산을 하는 간단한 게임이죠. 마우스로 캐릭터를 조작하는데, 망치로 바닥을 밀어내 점프하거나 망치를 땅에 고정하면서 정상을 목표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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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게임으로 유명한 ‘게팅 오버 잇’ 이미지 출처: 스팀

단순하지만 지저분한 조작감과 한번 실수하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임 구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인내심을 자극하며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유튜브, 트위치 등에서 스트리머들이 키보드로 자판기 샷건을 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또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부류의 여러 파생작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도돈파치 시리즈

탄막 슈팅은 그 자체로 어려운 게임 장르로 꼽힙니다. 그중에서도 케이브의 ‘도돈파치’ 시리즈는 매운맛 탄막 슈팅 게임으로 악명 높은 게임입니다. 특히, ‘도돈파치 최대왕생’의 진 최종보스 인바치는 아케이드 버전에서 한동안 깬 사람이 안 나올 정도로 최고 난도를 자랑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도돈파치 최대왕생의 최종보스 인바치

게임에는 우리네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희로애락은 물론이요, 어려운 게임을 통해 인내심의 정수를 깨칠 수도 있습니다. 고난도 게임을 하면서 게임 캐릭터가 아닌 나 자신이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으로 삶을 배운 내 인생이 레전드 같지만, 아무렴 어때요. 인생은 존버입니다. 우리 모두 올해도 잘 버텨봅시다. 가끔 게임도 하면서요.

이기범 블로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