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한동안 논문 준비하느라 블로그에 소홀하게 했었네요. 거의 1개월을 쉬었습니다. 사진공부하다 말고 갑자기 애플워치 자가수리 글을 적습니다.

글을 이어나가기 전에 알립니다.

1. 애플워치를 분해하게 되면 AS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만약 애플케어플러스 등을 활용하여 수리를 받을 수 있다면 그냥 재미로만 글을 읽고 따라하지 마세요.
2. 애플워치를 분해하게 되면 force touch (살짝 강하게 액정을 눌러서 메뉴를 팝업시키는 것) 센서가 손상을 받게 됩니다. watchOS 7 이전의 버전을 사용하시던 분의 경우 기능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3. 애플워치를 분해하는 도중 손상에 따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저도 그런 책임을 지고 분해를 했던 겁니다.

대강 이정도로 시작하고 글을 이어나가보겠습니다.

왜 직접 분해를?

최근 수영을 가끔 했는데 처음 애플워치를 차고 수영을 했을 때에는 배터리 방전이 너무 빠르게 되는 이상이 발생하였고 (대략 1시간 정도 수영)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서 문제가 해결되어 '아, 당분간은 차고 하지 말아야지. 너무 오래했나보다' 하는 생각으로 수영할 때에는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그래도 원체 수영할 때에도 차고 할 수 있는 건데 왜 안 되는 건지?' 하는 생각에 2번째 수영 때에는 아무 이상을 경험하지 않고 잘 사용하였습니다. 이 때에도 1시간 가량 헤엄을 쳤네요. 문제는 마지막 3번째 수영이었습니다. 직전과 큰 차이 없는 상태로, 수영을 하고, 수중 사용 종료를 위해 소리를 틀어서 물방울을 빼내는 작업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시리가 알아서 막 켜지더니 재부팅을 하고 나서 아예 먹통이 되었습니다. 말려봐야지, 하고 조금 둔 이후에 다시 틀었고, 그 이후로는 2주 간 무한사과현상이 나타났죠..

일 때문에 서비스센터 시간이 안 맞아서 도저히 못 가다가 일이 조금 일찍 끝난 날 서비스센터에 고치러 갔습니다. 산 지 2년이 넘었고, 지금 수리를 하면 애플워치 SE 하나 가격이 나오니 그냥 새로 사시는 것이 낫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속이 상했습니다. 내가 뽑기운이 안 좋아서 마감이 좀 덜한 워치를 샀다고 하더라도 고작 3번의 수영에 잘 차던 워치가 망가지다니요. 그래도 에이 시계 좀 없으면 어때, 하는 생각에 다녔으나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1주일의 시간이 지났고 답답한 마음에 어차피 이 워치는 버린 것과 다름이 없는데 그냥 어차피 기계 뜯는 것 좋아하니까 뜯어서 혹시 원인을 알게되어 고칠 수 있으면 쓰면 좋을 것이고, 망가지면 그냥 시리즈 7이 나오면 사자하는 생각에 분해를 결심했습니다.

분해 준비

막무가내로 뜯어버릴 수는 없죠. 모든 분해는 과정이 있습니다. 유튜브를 마구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동영상에서는 크게 의미 있는 동영상이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영어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정말 많더군요. "Apple watch teardown"이라는 검색어로 정말 수없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그 중 제가 봤던 영상은 아래의 영상입니다.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나지막한 목소리로 애플워치를 정말 야무지게 분해하더군요. 이 영상은 깨진 액정유리를 제거하고 인터넷에 판매하는 새 유리로 교체하는 영상인데, 대강 애플워치의 내부를 배우는 데에 충분해보였습니다. 이 사람의 경우는 이미 액정이 깨졌으므로 핀셋을 가지고 균열을 만들고 그 다음에 플라스틱조각으로 액정을 들어 애플워치를 열었습니다. 저는 기타피크로 해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서 인터넷쇼핑몰에서 액정을 여는 도구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배송비까지 5천원 정도 들었습니다. 틈새에 끼워넣을 수 있게 아주 얇은 철판으로 되어있습니다.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액정을 열기 위해 철판을 틈새에 끼워서 벌린 모습입니다

애플워치는 생활방수뿐 아니라 수영까지 가능해야 하므로 아주 액정이 단단하게 틈도 거의 없을 정도로 붙어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런 얇은 판이 아니면 용납하지 않죠. 일단 어느 정도 본체와 액정이 분리되면 기타피크를 끼워서 다음과 같이 더 액정을 들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기타피크를 끼워서 더 액정을 들어올린 모습

이렇게 하면 액정을 분리하는 것은 쉬운데, 이때 거의 항상 손상되는 것이 force touch 센서입니다. 이건 액정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있고 애플워치를 분해할 때 자주 손상된다고 여러 영상에서 그러더군요. 아래의 사진에서 핀셋으로 들고 있는 것이 그 센서입니다. 저는 어차피 저게 망가져서 꾹 누를 때에 반응이 없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미 watchOS 7대로 업그레이드가 되어있는 워치에다가 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라서요. 그래서 과감히 망가뜨리면서 액정을 열었습니다.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https://images.app.goo.gl/uKzEyWC78LGoSWc39

열게되면 액정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전선과 탭틱엔진, 배터리가 보입니다.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액정이 들어올려진 모습

전선이 연결된 부위는 총 3개로, 그 위에 끈적한 스티커로 보호가 되어있으며 추가적으로 플라스틱 덮개가 있습니다. 그걸 핀셋으로 정밀하게 들어올려주면 액정이 분리가 됩니다. 저는 까놓고 보니까 전용 드라이버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연결단자에 이상유무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배터리를 들어올려서 눈에 보이는 메인보드 방향이 특이점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종료하였습니다.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배터리까지만 들어올려보고 메인보드쪽은 이상 없는 것 확인했습니다. 물론, 심박수 센서가 있는 동네까지는 알수 없죠.

특이했던 점은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부분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는데 스피커가 있는 모서리의 위쪽에 소금기같은 것이 굳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먼지인가 하고 면봉으로 제거를 하려고 하였는데, 소금기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바다수영을 한 적은 없었는데 저런 것이 왜 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방수에는 한계가 있나? 땀 + 물이 굳은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정리만 간단히 하였습니다.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소금기가 굳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다시 액정과 단자를 연결하였습니다. 그러고나니 잘 작동하더라구요. 아마도 액정과 연결되는 단자부분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붓으로 살짝 단자를 털어줬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네요. 정말로 운이 좋았습니다. ㅎㅎ 무한사과현상은 이걸 토대로 추론해볼 때, 메인보드에 연결된 여러 장치들, 예를 들어 액정, 센서, 버튼들의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응답이 없을 때에 재부팅을 해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무한사과에서 회복하여 다시 작동하는 워치의 모습 ㅎㅎ

덮으려니 접착제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철판으로 들어올리면서 이미 본체와 액정을 붙여주던 접착제는 사라진지 오래였죠. 그래서 근처 문구점에 가서 본드를 하나 사왔습니다. 특별히 제가 저 재질이 뭔지를 아는 것도 아니라서 플라스틱용 본드라는 것을 아무렇게나 사왔죠.

애플워치 액정 교체 - aepeul-wochi aegjeong gyoche
생판 처음보는 본드이지만 제 역할을 해주리라 믿고..

적당히 둘러대고 어차피 다시는 열 생각 없이 시리즈 7이 나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므로 덮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액정과 본체 부분의 마감이 완전하지 못하고 벌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래도 접착력은 퍽 괜찮았습니다.

이제 수영할 때에는 다시는 착용하지 않고 당분간은 물도 안 닿게 조심해야겠어요. 현 상태에서 방수는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방수 본드를 안 썼기 때문에..

기왕 카테고리를 만든 겸 전자제품 사거나 하면 리뷰나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