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 없는 티백 - mise peullaseutig eobsneun tibaeg

따뜻한 차의 계절 겨울!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이 좀 더 안전하게 차 마시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써봤습니다. 제 결론은 티백 대용으로 건조차를 우려 마시는 것인데요. 제가 마셔보고 괜찮았던 것을 추천해 볼게요.


전 커피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카페인과 건강 상의 이유로 하루 한 잔만 마시려고 피나는 노력 중이에요. 근데 무작정 줄이려니 쉽지가 않아서 몇 년 전부터 카페인 없는 차를 같이 마시고 있습니다.

처음 주로 마셨던 건 무카페인 차의 대명사, 캐모마일이였어요. 요즘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캐모마일 티백 상품을 많이 팔지만, 그때만 해도 국내에 캐모마일 브랜드가 그리 많지가 않아서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캐모마일은 극과 극이었던 것 같아요. 저렴한 건 맛이 없고, 맛있는 건 비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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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번 마시는 캐모마일이라면 그냥 아무거나 마셨을텐데, 커피의 중독성을 내리 눌러야 하는 무거운 사명을 짊어져야 했기에 고민이 좀 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허브 같은 곳에서 오직 차로만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서 직구를 하고 그랬습니다. 해외 차 브랜드에는 캐모마일에 달큼상큼한 것을 섞은 것도 있고 다양한 허브티들이 있었어요. 오래돼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가장 많이 주문했던 건 리쉬의 캐모마일 어쩌고 였던 거 같아요. 금연하는 사람들이 왜 달달한 걸 찾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ㅎㅎ

그런데 두둥.

다들 아시겠지만 차 티백에 엄청난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고 해요. 흑.. 처음 그 뉴스를 보고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요. 삼각 티백 하나에 미세 플라스틱이 116억개, 나노 플라스틱 31억개가 있다고 합니다.

종이로 된 사각 티백은 괜찮은가 했더니 그것도 역시나. 그래서 몇 년 동안 미세 플라스틱 없이 차를 마시는 방법을 나름대로 몇가지 시도해 봤는데요. 

  • 옥수수 분말 등 친환경 티백으로 만든 차
  • 철제 차 거름망(인퓨저)
  • 건조차1(볶음차) : 큰 주전자에 끓이는 보리차, 현미차 등
  • 건조차2 : 머그컵에 마시는 초석잠, 작두콩, 국화차 등

일단 나름의 거금을 들여 친환경 티백을 사다가 캐모마일을 넣어 마셨는데, 전 이상하게도 배가 무지 아팠어요. 그걸 마실 때마다 자꾸 장이 꼬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두세번 마시고 다른 친구에게 줘버렸습니다. 그 친구는 아주 만족하면서 또 구매를 하는 거 보니 개인차가 있는 것 같아요.

다음으로 거름망. 실리콘 거름망은.. 제가 좀 불신지옥에 사는 사람이라서 플라스틱을 피하려고 실리콘을 선택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제외를 했고요.

대신 철제 거름망을 썼는데, 처음에 너무 저렴한 걸 사서 그런지 이음새 부분에 녹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후기를 열심히 검색해서 좋다는 걸 사서, 설거지와 건조까지 신경을 쓰면서 살았는데요, 역시나 손이 많이 가니까 몇 번 못해먹겠더라구요. 그래서 또 포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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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한 국화차

그 중간 즈음에 엄마 협찬으로 보리차, 현미차 같은 볶음차 종류도 시도를 했었어요. 주로 작은 알갱이로 되어 있고 큰 주전자에 대량으로 끓여야 하는 것들이요. 근데 이것도 관리의 귀찮음으로, 금방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알갱이가 작아서 주전자 비우기도 힘들고 끓인 물은 큰 병에 담아둬야 하니까 그 병까지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일이 생겼거든요.

이쯤 되니 설거지 하기 싫어서 돌아버린 사람 같지만 설거지 하는 거 좋아합니다. 식기세척기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요.

아무튼 그런 볶음차류는 관리의 어려움도 있지만, 보리차나 결명자차, 옥수수차 같은 것은 너무 쉽게 진하게 우려져서 맛때문에 사실 그렇게 자주 먹게 되지는 않았는데요. (양 조절 실패일 수도) 현미차는 진하게 우려도 구수한 맛이 커서 숭늉 느낌이 나면서 괜찮더라구요. 이때 알았어요. 리쉬의 캐모마일 어쩌고 같이 달큰한 맛이 없어도 커피를 이길 수 있구나! 하고요.

그래서 아 구수한 맛이 나는 걸 찾아봐야겠다 싶어서, 작년부터 먹고 있는 게 건조차들이에요. 지금 제일 열심히 마시는 건 초석잠과 작두콩이고요. 국화차는 캐모마일과 맛이 좀 비슷한데, 캐모마일에 질려 버려서 그런지 손이 잘 안 가더라구요.

저 쌍계 국화차가 과대포장처럼 노란색 종이부분은 텅 비어있는데요. 30g 밖에 안 되는 양인데도 손이 잘 안가서 2년 넘게 마시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름에 운동 나갈 때 맹물 마시기 힘들 때가 있는데 차가운 물에 가끔 두 세개 띄워서 없애고 있어요. 그럼 덜 우러나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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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 지리산 국화차는 이렇게 생겼어요. 마치 곰팡이가 난 것 같이 시커멓지만 아니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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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관지와 비염에 좋다는 작두콩차.

작년 겨울에 감기와 기관지염을 오래 앓아서 사봤는데(코로나 아님. 코로나 검사함. 음성 확실함.) 의외로 맛이 구수해서 계속 먹고 있는 차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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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초석잠. 

초석잠은 뇌 기능에 좋아서 어른들 치매 예방이나 공부하는 학생들 두뇌 회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해요.

그래서 본가에 부모님이랑 조카랑 먹으라고 사다 드리기도 했는데요. 맛이나 향이 강하지 않아서 다른 차랑 섞기에도 좋고,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차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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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로 다 섞어 마셔요.ㅎㅎ 지금 있는 것들이 맛이 서로 비슷하기도 해서 괜찮더라구요. 국화차는 안 넣고 싶은데 굳이굳이 한두개 넣어줍니다. 이번에는 3조각이나 넣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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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더기가 큰 건조차들은 찻잎과 다르게 인퓨저가 없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작두콩은 무거워 바로 가라앉고, 국화차와 초석잠은 시간이 지나서 물에 푹 젖으면 서서히 가라앉아요.

그럼 따로 건져낼 필요도 없이, 차 끝까지 걸리적거림 없이 마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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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날은 초석잠이 끝까지 안 가라 앉더라구요.ㅎㅎ 블로그에 올리는 거 눈치챘나 왠일.. 그래도 일반적인 찻잎처럼 입에 들러붙어서 짜증을 유발하지는 않으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작두콩 때문에 차 색깔이 굉장히 진해보이는데요. 색상만 그런 것이고 맛은 저렇지는 않아요. 보통 머그컵에 1조각 정도 넣으면 부담스럽지 않게 느낄 수 있는 구수한 차에요. 아, 참고로 티백으로 된 작두콩 차랑도 맛이 달라요. 제가 마셨던 브랜드가 별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렇게 건조 원물로 우려 마시는 게 훨씬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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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전 커피 대용 차가 최종 목적이기 때문에 이외에도 디카페인 커피와 오르조도 시도를 해봤었는데요. 디카페인은 요즘도 가끔 마시기는 하지만 카페인만 없을 뿐 커피의 단점은 그대로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피부건조, 안구건조.. 오르조는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맛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차라리 한국보리차를 마실게요.


자 여기까지가 저의 미세 플라스틱 없는 차를 찾기 위한 여정의 시즌1 끝이고요. 이 차들에 질리면 또 언제 새로운 걸 찾으러 갈지 모르겠어요. 카페인 없는 차가 많지 않아서 한계가 있긴 하지만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제가 건강을 엄청 신경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는 않고요. 육수 티백도 쓰고, 티백차도 맛있는 게 있다면 기분전환을 위해서 찾아 마셔요. 요즘 프랜차이즈 카페에 티 베이스 메뉴가 맛난 게 많더라구요.

이건 그저, 거의 매일 마시는 차라서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또 하나, 미세 플라스틱이 생각보다 아주 많은 곳에 퍼져있다고 해요. 그래서 티백 뿐만 아니라 토양을 통해서 야채에도 있기도 하고, 물론 생선에도 있고요. 그래서 티백 하나 피한다고 해서 미세 플라스틱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건조차 자체에 미세 플라스틱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전 그저 뭐 하나라도 조금 줄여보자. 라는 생각에서 이걸 선택한 것 뿐이에요.

아무튼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이상으로 미세 플라스틱 걱정 줄이는 차에 대한 글을 마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