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의 음악은 20년간 들어왔지만, 팝스타, 일렉트로닉 음악의 개척자, 실험음악가, 영화음악가, 영화배우, 작가, 환경·평화활동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더라면 르네상스맨(전분야에 걸쳐 뛰어난 천재)이라는 한마디로 불려졌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수식어는 이처럼 길어질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인기, 높은 평가, 이름난 상을 수상하며 내로라할 명성을 얻기도 했으니 천재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누구인가? 그는 2003년 발표한 베스트 앨범 라이너 노트에 이렇게 썼다. "I want to break down the walls between genres, categories or cultures." 동서양의 문화적인 벽, 클래식과 팝과 아방가르드 따위 표현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과거를
답습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커리어 중 대표적으로 YMO(Yellow Magic Orchestra), [마지막 황제], 그리고 최근의 환경운동활동을 손꼽을 수 있다. 2년 여 인터뷰를 통해 완성한 첫 자서전 철학자·음악평론가와의 공저들, 무라카미 류와 함께 쓴『친구여, 또 만나자』, 미래파에 대한 책『미래파 2009』등 다양한 저작활동도 그의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세계였다. 하지만 자서전은 없었다. 그것은 "과거를 돌아보며 즐거워하지 않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그의 첫 자서전『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2년 3개월 동안 매거진『엔진』을 통해 발표한 인터뷰 덕분이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꼼꼼한 보완과 자료를 덧붙여 그의 첫 자서전이 완성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이 책을 통해 본 류이치 사카모토의 간단한 연대기 1장 1952 - 1969. 유치원 첫 작곡 경험과 바흐, 드뷔시, 비틀즈 등의
첫 경험 이야기. 학생운동에 빠져든 고등학생 시절. 저자의 말 과거에서 현재까지 나 자신을 정리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에 그래서 사실은 적잖이 이질감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부감해보고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기억과 사건을 순서대로 펼쳐놓고 그것을 연결해본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현재의 나에 대해 뭔가 보일 것이고, 그런 표현법에 의해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뭔가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