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자서전 - lyuichi sakamoto jaseojeon

"사카모토의 음악은 20년간 들어왔지만,
그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팝스타, 일렉트로닉 음악의 개척자, 실험음악가, 영화음악가, 영화배우, 작가, 환경·평화활동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더라면 르네상스맨(전분야에 걸쳐 뛰어난 천재)이라는 한마디로 불려졌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수식어는 이처럼 길어질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인기, 높은 평가, 이름난 상을 수상하며 내로라할 명성을 얻기도 했으니 천재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누구인가?

그는 2003년 발표한 베스트 앨범 라이너 노트에 이렇게 썼다. "I want to break down the walls between genres, categories or cultures." 동서양의 문화적인 벽, 클래식과 팝과 아방가르드 따위 표현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과거를 답습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커리어 중 대표적으로 YMO(Yellow Magic Orchestra), [마지막 황제], 그리고 최근의 환경운동활동을 손꼽을 수 있다.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을 석사로 마친 류이치 사카모토는 세션 연주자로 활동하며 개인 앨범을 준비하던 중 호소노 하루오미,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YMO를 결성했다. 데뷔 당시 생경한 전자음악으로 평단은 냉담한 시선을 보냈지만 70년대 말 빌보드 차트에 오르자, 인기는 곧 역수입되어 YMO는 일본 내에서 밀리언셀링 밴드로 등극하게 된다. YMO는 음악사적으로도 일렉트로닉 팝의 선구적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YMO의 멤버로 한국의 팝음악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룹 해산 후 [마지막 황제]의 아카데미상 작곡상, 그래미상 수상 등으로 폭넓은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의 음악 중〈Rain〉,〈Energy Flow〉,〈Railroad Man〉등의 선율이 귀에 익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1952년 생으로 여전히 세계를 무대로 연주여행을 떠나며, 실험적인 음악의 발표와 팝차트 진입을 넘나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최근 관심사는 환경과 평화운동이다. 그는 음악 공연과 유통의 친환경적 공로를 인정받아 UN의 에코 어워드(UN Environment Programme's Echo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2년 여 인터뷰를 통해 완성한 첫 자서전

철학자·음악평론가와의 공저들, 무라카미 류와 함께 쓴『친구여, 또 만나자』, 미래파에 대한 책『미래파 2009』등 다양한 저작활동도 그의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세계였다. 하지만 자서전은 없었다. 그것은 "과거를 돌아보며 즐거워하지 않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그의 첫 자서전『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2년 3개월 동안 매거진『엔진』을 통해 발표한 인터뷰 덕분이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꼼꼼한 보완과 자료를 덧붙여 그의 첫 자서전이 완성될 수 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그의 60여 년 전생애와 예술활동을 시대 흐름에 따라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그가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남긴 크고 작은 족적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자서전의 형식을 빌린 20세기 문화의 모험기라 부를 만하다. 60년대 격렬했던 일본 학생운동 시대(그는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드뷔시를 연주했다), 현대예술의 일선(백남준과 함께 영상음악을 만들었다), 대중문화의 현장(영화음악, 지금 당장 만들어라!) 등에 대해 이만한 흡인력과 생동감으로 독자와 함께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학생운동, 뉴아카데미즘, 전자음악, 크로스오버, 최근의 환경운동에 이르는 현대의 주요 테마를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읽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 책을 통해 그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것은 대단히 예민한 호기심과 뜨거운 집중의 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아티스트의 자서전이지만 회고담에 그치거나 특정 팬들만을 위한 책은 아닌 것 같다.『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정도로만 알려진 한 인간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과 세상살이의 복잡성, 알 수 없지만 희망적인 것을 좇는 인간의 가치를 전달한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그러하듯 잘 붙잡히지 않지만 매력적으로.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인공적으로 구축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의 맨해튼, 그야말로 금융위기의 진원지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인간 세계나 현재의 일과는 조금 동떨어진,
보다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조작하거나 조립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가만가만 늘어놓고 찬찬히 바라본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본 류이치 사카모토의 간단한 연대기

1장 1952 - 1969. 유치원 첫 작곡 경험과 바흐, 드뷔시, 비틀즈 등의 첫 경험 이야기. 학생운동에 빠져든 고등학생 시절.
2장 1970 - 1977. 예술대학 작곡과 입학 이후 직업 음악인의 길로 들어서, 슈퍼밴드 YMO를 결성하기 전까지.
3장 1978 - 1985. 월드스타 YMO 시절의 부침과「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4장 1986 - 2000.「마지막 황제」제작과 아카데미상 수상.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 뉴욕 생활 이야기.
5장 2001 - . 뉴욕 9·11 사건을 직접 목격한 공포. 환경운동 More Trees, 새로운 음악 공동체 commmons 등의 최근 관심사와 활동.

저자의 말

과거에서 현재까지 나 자신을 정리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에 그래서 사실은 적잖이 이질감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부감해보고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기억과 사건을 순서대로 펼쳐놓고 그것을 연결해본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현재의 나에 대해 뭔가 보일 것이고, 그런 표현법에 의해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뭔가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