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포스 토 프레 - lieolposeu to peule

2019년 블랙 프라이데이 주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진행중이죠. 유튜버나 블로거들에게는 그 동안 리뷰를 망설였었던 다양한 제품들을 직접 구매하기 좋은 시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10월에 고민했던 이 모델을 구매해서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11월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저의 통장에 직격탄을 날리며 하이엔드 키포드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토프레 무접점 리얼포스 키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누가 산다고 하면 뜯어말릴거에요

토프레 무접점 키보드 리얼포스 R2

#저소음 #55g #균등

아래에 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업로드한 유튜브 영상입니다. 이미지나 텍스트보다 영상 시청이 편한 분들이라면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상 촬영 일자와 사진 촬영 일자가 다르기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내용은 유사하니 편하신 쪽으로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키보드에 관심을 갖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다른 키보드 포스팅에서 언급했었지만 정말 우연한 계기로 사용해본 PC방 키보드에 꽂혀서 이미 10대가 넘는 키보드들을 보유하고 있고 교체를 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키보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키보드를 정말 좋아하는 '덕후' 라고는 할 수 있겠네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체리 MX 스위치 청축, 갈축, 적축, 저소음 적축, 저소음 흑축, 스피드 실버축을 비롯하여 카일 박스축,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 등 다양한 스위치를 탑재한 여러 브랜드의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해봤지만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해서 100% 만족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러 키보드들을 직접 오랜 시간 사용해보면서 제가 리니어 계열 스위치의 타건감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결국 무접점 키보드까지 관심을 갖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무접점과 리니어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지만 실리콘 러버돔을 사용하는 노뿌 무접점 키보드와 체리 저소음 리니어 스위치들이 비슷한 키감을 보여준다는 점을 참고해보면 전혀 상관없다고도 할 수 없겠네요.

현재 콕무, 앱무, 한무 등으로 불리는 노뿌 무접점 키보드들이 인기인데 저는 보글거리는 느낌보다는 구분감이 뚜렷하고 도각거리는 타건감을 느껴보고 싶어서 결국 키보드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토프레의 리얼포스 키보드 2세대 저소음 55g 균등 풀배열 모델을 구매하였습니다.

리얼포스 토 프레 - lieolposeu to peule

▲ 국내에서는 레오폴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상세페이지에서는 화이트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지만 실제 모델명과 스펙에는 아이보리 컬러로 표기되고 있었습니다. 1세대 모델의 누런 박스에 비하면 꽤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변경되었네요.

일반 모델은 28만원, 저소음 모델은 31만원, APC 탑재 모델은 33만원이며 풀배열과 텐키리스 모델의 가격은 동일합니다.

(레오폴드 공식 홈페이지 기준)

▲ 리얼포스 R2 저소음 55g 균등 풀배열 모델입니다. 따로 언박싱 이미지가 없는 것은 위에 있는 키보드가 전부입니다. 사용자 가이드와 품질 보증서를 제외하면 그 어떤 구성품도 동봉되어 있지 않습니다.

31만원짜리 키보드인데 그 흔한 키캡 리무버나 스페어 키캡, 더스트 브러쉬 같은 악세사리도 없고 심지어 저렴이 플라스틱 커버도 없습니다.

▲ 육안으로 볼때는 살짝 빈티지한 느낌의 스노우 화이트 컬러로 느껴지는데 조명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차가운 화이트 느낌도 듭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레오폴드에서는 화이트로 분류하여 판매하는 것 같습니다. ( 어두운 환경에서 보면 아이보리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

리얼포스와 레오폴드의 대표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블루 그레이 모델이 더 대중적이지만 블랙 하우징의 물빠짐 이슈가 있어서 변색의 위험을 감수하고 화이트 모델로 구매하였습니다.

▲ 키캡은 PBT 소재에 염료승화방식의 인쇄를 사용하였고 높이는 체리 프로파일과 OEM 프로파일의 사이 정도로 느껴집니다. 토프레 키캡 특성 상 원통 실린더와 체결되는 방식에 따른 독특한 높이가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 레오폴드에서 판매하는 키보드의 기본 키캡들이 상당히 훌륭한 편이라서 리얼포스 키보드의 키캡도 매우 기대를 했으나 솔직히 기대에 못미칩니다. 물론 염료승화라는 고급 인쇄 방식을 선택하였지만 그렇게 뛰어난 퀄리티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며 PBT 소재가 주는 특유의 거친 느낌도 살짝 부드럽게 처리된 느낌이라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 토프레 무접점 키보드는 노뿌와는 달리 스위치에 십자 모양의 스탬이 없습니다. 즉, 일반 기계식 키보드에 사용되는 키캡과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노뿌 무접점 키보드들도 스탬의 굵기가 달라서 키캡 파손 이슈가 있지만 최근 출시되는 스위치에는 스탬을 일반 사이즈로 변경하여 호환이 가능하도록 지원되는 모델들도 있습니다.

▲ 이러한 토프레 무접점 키보드는 국내에서 호환되는 키캡을 구매하기 매우 어려우며 해외에서 직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SA 키캡 수준의 가격을 지불해야 겨우 키캡 일부를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비싼 키보드에 비싼 키캡을 사용해야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매가 어렵다는 점만 보더라도 키캡 놀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큰 단점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 하단 하우징에는 슬립 방지 패드가 부착되어 있으며 스탠드는 2단계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와는 달리 탈착식 케이블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꽤 많은 사용자들이 커스텀을 통해 USB-C 타입의 커넥터로 변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가의 키보드라서 망설여지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디솔더링 없이 윤활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하였기에 망설임 없이 분해하기로 했습니다.

▲ 대부분의 키보드와 동일한 스텝스컬쳐2가 적용된 것으로 보여지며 스탠드를 통해 약간의 높이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45g과 55g 키압을 사용할 때는 타건에 부담이 있을 수 있으며 스탠드를 올려서 팜레스트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전체적으로 클래식했던 리얼포스 키보드가 2세대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심플해진 하우징 디자인과 우측 상단의 아크릴 마감입니다. 굳이 화이트 하우징에 차콜 그레이 컬러의 아크릴을 넣은 이유는 궁금하지만 그래도 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위한 토프레의 노력이 느껴집니다.

▲ 4개의 인디케이터의 경우 스탠드를 올리지 않고 타건 시 숫자패드 키캡에 가려져 사용자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이슈가 있었는데 스탠드를 올려서 사용하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키보드를 처음 타건하자마자 약간의 분노와 함께 크라이톡스 105로 스위치만 윤활을 진행한 후 촬영을 했던 토프레 무접점 타건 영상입니다. 스테빌은 구리스가 없어서 윤활을 하지 못해서 약간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스위치 타건도 순정과 그리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으나 단순 참고만 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토프레 무접점은 흔히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키감' 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합니다. 아무리 기계식 키보드를 윤활하고 커스텀해도 무접점의 느낌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는 평가가 많죠. 그래서 어느 정도 흉내낼 수 있는 노뿌 무접점이 조금 더 라이트한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분명 매력적으로 도각거리는 사운드와 토프레 무접점 특유의 구분감은 개인적인 취향 차이를 떠나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키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정숙하고 정갈하며 좋은 키보드를 타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죠. 이러한 특징은 30g 보다는 45g 모델이, 45g 보다는 55g 모델이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타건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기성 키보드 제품에 약 30만원의 지출은 조금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하우징, 키캡의 퀄리티, 구성품 등등 너무나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기에 타건감이 정말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키보드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저소음 55g 또는 윤활된 저소음 45g APC 모델이 아니라면 토프레 특유의 도각거림을 충분히 느낄 수 없어서 저압 스위치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리얼포스 R2 무접점 키보드는 장점 만큼 단점도 확실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프레 무접점 특유의 구분감이 뚜렷한 키감과 도각거리는 사운드는 정말 대체 불가능하다는 수 많은 평가가 수긍하는 경험이었습니다만 저처럼 리니어 스위치를 좋아하거나 정갈하고 정숙한 타건감을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오히려 커스텀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이 더 현명한 소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 타건 영상을 보면서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 윤활까지 진행했음에도 다소 실망스러운 리얼포스 키보드였습니다. 그러나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다른 키보드는 누르기도 싫어진다는 토프레의 매력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최소 1~2개월 정도는 주력 키보드로 사용해볼 예정입니다.

* 구매 전에 꼭 타건을 해보고 결정하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