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괴 백과사전 - hangug yogoe baeggwasajeon

- 분위기 전환엔 김여주지

W. 산호섬 . . . . . 악악,,!!! 김정우 딱 기다려,!!!여미지마,,!!!그대로 있, ....? 어..? ...!??!?!!뭐야,,??!? 쟤 왜 저래,,!!!?!? 존재감 오지게 풍기고 있는 복근을 보면서 정신없이 뛰어가는데, 김정우와의 거리가 좁혀질 수록 점점 내 눈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 풀어헤친 줄 알았던 앞섬이 예리...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귀신과 괴물이 살고 있었을까?

《한국 요괴 도감》의 저자 고성배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 퇴마 만화를 즐겨 읽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에는 요괴가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나라에는 요괴나 괴물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의 괴물이 소개된 책들을 찾아보았지만, 주로 고문헌 자료라 읽기 어려웠다. 그래서 차라리 직접 우리나라의 괴물을 정리해보기로 하고 수많은 자료를 찾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다른 나라 못지않게 독특한 개성을 가진 괴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없던 게 아니라 몰랐을 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요괴도감이 탄생하다

《한국 요괴 도감》은 《삼국유사》, 《삼국사기》를 시작으로 《용재총화》, 《어우야담》 등의 고문서를 포함한 54권의 서적과 21개의 기타 자료, 다양한 민담을 바탕으로 수집한 자료를 엮은 책이다. 최대한 사견보다는 문헌이나 참고자료를 충실하게 담으려 했고, 문헌에 등장하는 이름 없는 괴물이나 귀물은 상황이나 배경, 성격에 따라 저자가 이름 붙이기도 했다. ‘구미호’나 ‘두억시니’, ‘도깨비’ 등 민담을 기반으로 전해져온 괴물은 문헌마다 정보가 조금씩 다른데, 이런 경우에는 최대한 다양한 자료를 함께 소개했다.
《한국 요괴 도감》에 삽입된 일러스트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이다. 기록된 문헌을 읽으며 내가 상상한 괴물과 저자가 상상한 괴물의 모습이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줄 것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가 몰랐던 한국 괴물의 모든 것

《한국 요괴 도감》은 총 4개의 장을 통해, 우리나라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괴물을 소개한다.

첫째는 ‘괴물’에 대한 장이다. 괴물은 형태나 성질, 습성에 따라 다시 분류했는데 두 발로 걷는 인간과 유사한 ‘인간형’, 맹수나 동물을 닮은 ‘짐승형’, 물고기와 유사한 ‘어류형’, 새와 닮은 ‘조류형’, 곤충에 속하는 ‘벌레형’, 자연에서 생겨나는 ‘자연형’, 식물의 형태를 띤 ‘식물형’, 사물과 같이 생긴 ‘사물형’ 등이 그것이다.

둘째는 혼백이거나 자연의 정기에 의해 만들어진 ‘귀물’에 대한 장이다.
셋째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능력을 갖춘 물건들을 다룬 ‘사물’에 대한 장이다.

마지막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해온 ‘신’에 대한 장이다. 신 또한 성격에 따라 동서남북과 중앙 다섯 방위를 대표하는 ‘오방신’, 집 안에서 인간의 생활을 도와주는 ‘가택신’, 자연에서 신으로 바뀐 ‘정령’, 세상의 부분을 만드는 ‘창조신’, 인간을 수호하는 ‘수호신’, 바다나 강에서 머무르며 나라를 지키는 ‘수신’과 ‘해신’, 인간과 신이 반씩 섞인 ‘반신’으로 분류했다.

성격과 형태에 따라 괴물들이 어떻게 분류됐는지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 요괴 도감》을 통해 많은 작가, 제작자, 디자이너와 스토리텔러 들이 한국 괴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서양검’ 휘두르고 ‘마법’을 쓰며 ‘드래곤’을 잡는 용자의 이야기보다 ‘환도’를 쥐고 ‘녹두알’로 병사를 만들며 ‘도깨비’를 잡는 이야기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공학 박사이자 SF 소설가,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한국 전통 괴물들을 소개한 『한국 괴물 백과』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휴가 갈 땐, 주기율표』, 어린이를 위한 동화 『고래 233마리』, 청소년 논픽션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괴물 과학 안내서』, 소설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ㅁㅇㅇㅅ』 등 수많... 공학 박사이자 SF 소설가,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한국 전통 괴물들을 소개한 『한국 괴물 백과』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휴가 갈 땐, 주기율표』, 어린이를 위한 동화 『고래 233마리』, 청소년 논픽션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괴물 과학 안내서』, 소설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ㅁㅇㅇㅅ』 등 수많은 책을 썼습니다. [김영철의 파워FM] 등 여러 방송에서 “얼마나 신기합니까!”라고 외치며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호기심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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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소개

그림과 게임, 음악과 디자인을 사랑하는 진행자 주하연입니다. 2018년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나라의 많은 요괴들과 함께했습니다. 제가 요괴를 공부하며 알아갔던 우리나라만의 다양한 이야기를, 이제 '한국요괴대백과'를 통해 또다른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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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한국환상사전>은 필자가 2002년도에 집필하여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2011년 e북으로 나온 <한국환상사전>에서는

블로그판보다 더욱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교보문고로 <한국환상사전> 보러가기

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Detail.ink?selectedLargeCategory=001&barcode=4808996601876&orderClick=LAN&Kc=

2012년판 <한국환상사전> 제본신청 관련

http://blog.naver.com/powerenzo/149721510

한국환상사전 ① 귀신과 요괴 편

▣ 들어가면서 : 한국적 판타지의 중흥을 꿈꾸며

  판타지(Fantasy)란, 현실과는 다른 작가의 생각에서 새롭게 창조된 설정을 지니는 장르를 말한다. 비현실의 세계와 설정에서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는 것이 판타지이지만, 그 별천지의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인물과 사건들이 현실에 있는 독자나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다른 예술의 장르와 틀리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타지의 세계관에서는 현실의 잣대로 구분되는 국경도 인종도 없는 배경이 그려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판타지 문학작품이 엄연한 예술적 가치를 부여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특유의 신화와 민족적 설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 그리고 슬라브계 신화, 인도 신화, 중국신화 등에서 현재 우리가 판타지 문학으로 알고 있는 작품들에 등장하는 매력적이고 신비한 캐릭터들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훌륭한 판타지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는 신화와 수많은 옛 이야기들은 특정한 민족이 유구한 문화와 역사를 지녔다는 증거이며 정서적 바탕을 이루는 동시에 그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가 함께 소중하고 길이 보존해야될 가치인 것이다.

  또한 신화는 그 옛날 신앙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문학으로서 그리고 각종 예술에 영감에 향기를 더해준다. 짧은 역사를 지닌 다민족 문화권에서는 지닐 수 없는 고귀한 가치를 작가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재창조해내고 현실세계의 공감과 감동까지 이끌어내기 때문에 훌륭한 대우를 받는 것일 지도 모른다.

  판타지는 이렇듯 각 민족과 문화권의 다양한 신화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신화적 사고라는 것은 개인의 사고나 정서적 능력만으로 창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일수록 고유한 신화와 많은 설화와 전설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것을 가지지 못한 민족은 다른 나라의 신화적 사고를 배우고 따르게 된다.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판타지의 세계는 서구의 신화적 설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엄밀한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고 그네들의 건물은 우리의 것보다 그들의 전통적인 것을 더욱 닮아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 슬라브계 신화 등 그들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신화적 정신세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판타지 작품들의 기본설정을 이루고 있다

  우리의 작가들조차도 판타지라면 으레 서구의 신화적 사고에서 비롯된 설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왜 일까. 반만년이 넘게 하나의 땅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버텨온 우리가 과연 남의 신화적 사고를 베낄 필요가 있는가. 남의 나라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을 우리 것인양 그대로 답습할 필요까지는 없다.

  범세계적인 것으로 승부를 하려는 작가군들은 보다 잘 알려진 설정들에서 자신의 창작인생을 승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구적 신화를 배우고 알 수는 있어서도 진정 우리의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는 힘든 일이다.  

  여기에, '한국적 판타지'라는, 차선이 아닌 최선이 있다.

  우리에게는 중국의 도교와 불교까지 우리 것으로 흡수한 고유한 무속신앙이 있다. 한국적 판타지의 원형은 바로 단군신화 이래로 각종 신화와 전설, 설화를 잉태하며 독특한 색깔을 유지해온 우리의 민족적 문화 그 자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오늘날까지도 그 면면이 내려오고 있다.

  작금에 그것들을 전근대적인 미신으로 치부하면서도 소위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까지 은밀히 무당을 찾고 미신을 추종하고 있는 것이 과연 어떤 연유인가? 복잡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 종교적 신념이나 이성의 잣대로 구분할 필요도 없이 그들 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족적 혼 속에 우리의 한국적 판타지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다.

  그런데, 이런 신화는 지역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 고유의 자생적으로 태동한 것보다도 여러 다른 문화와 그 신화적 사고에 영향을 받으면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동종의 것이라도 부여된 상징과 모습이 다르다. 그것은 세계인 모두가 같은 인간이지만 모습과 습성이 조금씩 틀린 것과 같은 이치다. 모든 것이 똑같다면 굳이 다른 나라나 지역으로 여행을 할 필요가 없는 것과도 같다. 또한 각 문화권의 다양성이 없다면 이 세계가 얼마나 재미없을 것인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한국 고유의 신화적 사고로 인한 작품들은 세계인들에게 보다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문화상품으로 개발될 수 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이 시대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든지, 아니면 가장 한국적인 길을 택해야 한다. 우리의 판타지가 문학으로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신화적 사고에서 바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 중세풍의 설정들 인도 밀교의 설정들 심지어 일본의 것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것이라 할 만한 자료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고 따라 그들을 앞지른다는 것은 독창적인 것을 개발하여 승부하는 것보다 더욱 힘든 일이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우리 것을 보고 읽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신화적 사고는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적이고 순박하다. 또한 민초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리 격이 높다 해도 민초들을 외면하면 우대받지 못한다. 설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또한 결코 영웅적이지 않다. 이것은 귀신들도 마찬가지로서 대부분은 좀처럼 그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귀신에 들리는 것, 즉 사람이 귀신이 된다. 이렇듯 한국적 판타지에서 주인공은 결국 사람이며 우리들이 귀신들과 요괴들을 보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으로부터이다. 우리의 옛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신령과 잡귀잡신들·요괴들·무기와 방어구·초인이나 기인 등도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신비한 존재, 순박한 민초들의 희로애락 그 자체의 화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우리 고유한 판타지의 가능성들을 열어주도록 해주는 자료들이 그 동안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읽기 힘들도록 딱딱했던 전문서적이기 때문이거나 민족적 자긍심이 걸린 진지한 역사적 인식으로 다루어서, 혹은 전문가들의 고증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적 판타지의 장을 여는 일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작가들조차도 접근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영역에 속했다. 우리의 것을 아는 것이 힘들기에 우리에게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외국의 판타지 설정들을 모방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었으나, 서구의 것만이 판타지의 정통성이라 믿는 오해와 그 외의 것은 배척하는 폐단을 낳았다. 다른 문화권의 판타지 설정들을 우리의 것으로 삼는 실수도 종종 있어왔다.

  본 책에서 다루는 것은 한국적 판타지 자체가 아닌, 한국적 판타지로 발전할 여지가 있는 전통적 아이템들의 발견이다. 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우리의 신화적 사고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무기와 방어구들, 재미있고 전통적인 소재들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고증을 기본으로 하였다.

  그리고 소개되는 항목들은 단지 우리 것이라면 다 판타지 소재로 다 끌어놓은 것은 아니다. 적절한 항목을 추려내는 가장 큰 원칙은 하나의 통일된 세계관 내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같은 테두리 내에 속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즉, 신화적 배경에 있어서 서로 어울려서 무리가 없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소개된 신령이나 귀신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신화적 사고 즉, 하나의 단일한 세계관에서 공존하게 된다. 또 아무리 매력적인 소재라도 종교적인 색채를 띠는 것은 일단 배제시켰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구전되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활자나 시각적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일 것이다. 서구의 판타지에 등장하는 귀신이나 정령 등도 처음에는 그 형체가 뚜렷하지 않았으나 이렇게 문자나 그림으로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서구의 것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도 그쪽 신화적 사고에 맞는 전문서적이 나와있는 반면 우리의 것은 아직 체계화되지 못했다. 단지 그들의 것을 지루하게 폭식할 뿐이다.

  감히 한국적 판타지의 토대를 일구고자 하는 이 책은 우리 나라의 전통설화를 연구하는 학자나 전문가가 아닌, 소설,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미술, 시나리오 등 멀티미디어 컨텐츠에 관심을 지닌 일반 대중을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각종 멀티미디어 컨텐츠 분야에서 판타지라는 장르에 뛰어들어 활자나 영상, 그림 등 각 영역에서 승부를 거는 신세대 작가들이나 기획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을 고려하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통해 세계최고가 되길 꿈꾸는 분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라도 자극과 영감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조심스러운 작업에서 학문으로서가 아닌 예술의 참고자료로서, 그리고 역사와 고증이라는 기본적인 바탕 위에 미비한 것은 필자의 역량으로 가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보다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얻고자 하는 분들은 책 뒤에 소개되는 훌륭한 참고문헌들과 기관들, 그리고 관련 전문서적들을 이용하길 권유하는 바이다.

▣ 한국환상사전 ① 귀신 편

I. 한국의 귀신들

죽었지만 죽은 것이 아닌 것

  모든 자연물들에는 에너지라 할 수 있는 '기(氣)'가 흐른다. 기는 정령(精靈)을 이루어 사물이나 현상의 특성을 규정짓는 원리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정령은 다시 혼(魂)과 백(魄)으로 나뉘는데, 각자 양과 음의 성질을 띠고 있다. 혼백이 조화를 이루어 모든 자연에는 음양이 조화되고 살아 움직이게 된다.

  이 혼백의 조화가 깨어져 생긴 귀신은, 음기를 지닌 귀(鬼)와 양기를 지닌 신(神)이 결합된 말이나 대개는 전자의 것으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좁은 의미의 귀신은 죽은 자의 영혼이며 서양의 유령(ghost)에 해당된다. 죽어서 된 귀신들도 그 영적 능력에 따라 신령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귀'는 음허(陰虛)한 기운이 가득하나 '신'이나 '신령'은 대개 양기가 충만하다. 물론 신령 중에서도 죽은 귀신이 신격화된 것은 음하나 사람의 기운을 해치는 악한 것이 아니다. 또한 귀신이라도 아주 크게 '사고'를 치면 대접받게 된다.

  이승에 근본을 두지 않고 사악한 짓을 하는 마귀(魔鬼·devil or evil)도 귀신이라 하는데 우리는 마귀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사람에게 사악한 짓을 하는 귀신'이라는 악귀(惡鬼)로 통칭한다. 절대원리나 신의 의자 또는 그러한 우주질서, 혹은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려는 수도자의 의지에 반하는 모든 현상과 실체가 마귀다. 따라서 선악의 개념이 분명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귀신들을 일컫는 용어다. 우리 나라에서는 불가에서조차 마귀라는 용어보다 악귀라는 용어가 더욱 일반적이다.  

객귀 [ 客鬼·Univited Ghost ] ― 객사귀(客死鬼)

  집이 아닌 밖에서 떠돌다가 죽은 자가 원귀가 된 것. 우리 조상들은 멀리 밖에서 죽은 시체는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집안으로 들여놓지 않았다. 간소하더라도 그 죽은 자리에서 원혼을 달래주는 의식을 치른 뒤라야 비로소 들여놓는다. 바로 객귀가 붙기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객귀들은 일단 아무한테나 붙으려 하는 빙의(憑依)의 습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귀신이다. 객귀는 서열이 낮기 때문에 객귀에 붙은 자가 집에 들어올 때 고수레를 하면 대부분 떨어진다. 그렇다면, 빙의나 해코지를 퇴치하는 고수레는 어떻게 하는가? 밥 그리고 맵거나 짜지 않은 담백한 찬 등을 박 바가지 혹은 흰 종이에 담아 한쪽에 놓아두거나, 멀리 던지며 '고수레!' 하고 외친다. 고수레라는 것은 내가 이렇게 밥을 줄 테니 잡귀들은 어서 빨리 오라는 신호다. 이렇게 고수레로 객귀들을 달래어 내보내는 것이다. 고수레의 설에 대해서는 원래 '고시례'로서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에 의해 농업을 관장한 '고시'에 대한 제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걸귀 [ 乞鬼·Begger Ghost ] ― 걸신(乞神)·아사귀(餓死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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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신은 걸귀를 높이 불러 그리 된 것인데, 신통함이 단지 밥맛 없어 마른 자에게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것 뿐인지라 신령의 축에도 가장 말단이라 그냥 걸귀라 하는 편이 낫다. 빌어먹다 죽은 자로서 과도한 식탐이 특징이다. 가장 완벽한 이력을 지닌 걸귀는 평생을 거지처럼 빌어먹다가 굶어죽은 귀신이라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보릿고개라는 게 있어 양민이라도 굶어죽은 사람들도 많았으니 그런 사람들도 이 불쌍하고 배고픈 조직의 일원이 된다. 걸귀는 이승의 못된 짓으로 저주받아 된 '아귀(餓鬼:아귀 참조)'와는 이렇게 이력도 다르고 증상도 비교적 가볍다. 걸귀는 굳이 퇴치할 필요는 없다. 평소의 식생활 습관을 바르게 가지고 심신을 안정시키면 걸귀에 들리지 않는다. 걸귀에 들리 - '걸신 들리다' - 면 일단 심한 허기가 찾아오고 끈임없이 이어지는 비정상적인 식탐으로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한다. 걸귀는 사람의 '밥통(:위장)'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며 숙주인 사람의 식탐을 자극한다. 먹는 모습이 복스럽기는커녕 추잡하고 게걸스러운 것이 특징. 걸귀는 식욕없고 밥투정하는 자에게 붙으면 이로울 수도 있다. 숙주인 사람이 배터져 죽지 않을 정도로 배가 부르다 싶으면 한이 풀려 그 사람 몸에서 떠난다. 반면 아귀는 한이 아니라 생전에 지은 탐욕에 의한 벌을 받는 것이므로 결코 배가 채워지는 법이 없으며 그 생겨먹은 모양도 빈사직전이다. 즉, 아귀는 탐욕으로 벌을 받아 그리 된 것인 반면, 걸귀는 얻어 먹지 못해 죽은 것이 한이 된 '원귀(怨鬼)'이다. 비교적 해악이 높은 귀신인 원귀의 집단에 끼지만 해가 가장 덜하다 하겠다.

- 쪽박귀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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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귀로서 개성귀(個性鬼). 쪽박구우! 라는 소리로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 기원은 시어머니의 횡포에 불쌍하게 죽은 젊은 며느리의 원귀이다. 이 며느리는 죽어서도 제대로 그 한을 맘껏 풀지 못하고 '쪽박구우'라는 불쌍한 소리로 자신의 원통함을 내보일 뿐이다. 옛날, 어느 집에 며느리가 들어왔는데 시어머니가 어찌나 못되었는지 며느리를 부엌에 가둔 채 일만 시키고 밥은 주지 않았다. 그래서 며느리는 그만 굶어죽고 말았다. 이렇게 굶어 죽은 슬픔과 구박당해 죽은 설움이 합쳐져 생겨난 원귀이다. 그 뒤부터 이 집 마당에는 밤마다 쪽박구우! 라는 며느리 귀신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슨대 [ Gu Seun Dae ] ― 어덕서니

  도깨비과 정령으로서 캄캄한 길에 갑자기 나타나 상대가 쳐다보면 계속 커진다. 계속 쳐다보다간 결국 그슨대에게 눌려 죽게 된다. 귀신 특유의 마력이 있어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정신을 가다듬어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무시하여 지나치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류는 중국이나 일본의 귀신 요괴들에게도 많다. 죽어서 된 귀신은 대개 원귀라 일정한 인과관계가 성립하나 자연발생적이며 저급한 정령귀신인 경우 아무런 이유도 없는 자폐적 행동을 반복하는 사례가 많으며 육체적 특성이 분명하면 대개 요괴로 분류된다. 그슨대가 사람을 해치는 반면 어덕서니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귀신 [ Old Tree Gh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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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정령귀.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될 귀신 중의 하나다. 양기가 충만한 고목은 신령으로서 도당목(都堂木) 혹은 서낭나무 등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과 보살핌을 받으나, 나무귀신은 요사스러운 기운 때문에 온갖 악귀 잡귀들의 소굴이 된다. 신령으로서의 나무와 귀신으로서의 나무를 구분하는 것은 이처럼 양기와 음기이다. 도당목은 큰길가의 마을의 입구나 볕이 적절히 드는 곳에 수세기 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로서 사람이 기대면 편안하고 좋은 기운이 돋고 그늘 아래 있으면 상쾌해지는 반면, 나무귀신은 주로 깊은 산속이나 길이 나 있지 않은 음습한 곳에 자리잡고 인적과 동떨어져 있다. 나무귀신은 그 기운이 몹시 음하고 차므로 검은빛이 돌며 기대면 기운이 빠지고 온갖 음한 기운들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다. 특히 그 그늘 아래는 귀신들이 놀기 좋아하는 자리라 아주 위험하다. 신령이나 악귀가 깃들이는 나무는 주로 향나무(:상나무라기도 함. 향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그 외형상 뒤틀리고 괴상한 기괴목이 많아서 귀신붙은 나무라는 오명을 자주 쓴다)다. 그 향이 악귀를 물리친다 하여 오래되고 양한 기운을 띠면 신령이 되는 게 보통인데, 간혹 주위의 불길한 풍수 때문에 음허한 기운을 띠어 나무귀신이 된다. 산에 오른 자가 무심코 그 나뭇가지만 부러뜨려도 온갖 잡귀가 묻어와 시름시름 앓게 된다. 몹쓸 나무라고 당장 도끼 들고 올라가 베거나 태워버리면 불난 집에 더욱 기름 들이붓는 격이라, 훌륭한 무당이나 퇴마사를 불러서 크게 한바탕 푸닥거리를 해야 한다.

달걀귀신 [ Egg Face ]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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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목구비가 없이 얼굴형과 머리카락만 덩그러니 있는 얼굴. 달걀귀신의 얼굴을 본 사람은 반드시 죽는 것이 특징. 흔히 처녀귀신이라고 알고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제사 지내 줄 자식이나 친인척이 없는데 한을 품은 원귀, 즉 무자귀(無子鬼)의 일종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달걀귀신에 대해서는 옛 문헌이나 귀신을 주제로 다룬 논문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너구리가 얼굴 없는 여자귀신인 '무지나'로 변한다는 일본 설화가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구전되어 전래된 것일 수도 있다).

도깨비들 [ Dokkebi ] ― 김서방·허주(虛主)·독각귀(獨脚鬼)·이매망량·영감·도채비 등

  도깨비는 삼국시대 이래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록으로도 무수히 있어왔지만 시대적으로도 그 형태가 일정하지 않다. 도깨비 방망이로 유명한 '방이 설화'에서 나타난 도깨비는 중국《포박자》에서 소개된 아기처럼 생긴 산정 도깨비 '소'와 닮아있으며 조선의 민간에서는 감투를 썼던 것으로도 묘사된다. 또한 도깨비의 뿌리를 고대 동이의 군신(軍神) 치우천왕(蚩尤天王)에게 두고 있다는 등, 뿔이 한 개니 두 개니 아예 없다는 등 관련된 가설들도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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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는 중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다. 중국인 일본인들이 우리와 그 생김이 별반 다르지 않지만 민족문화와 풍토에서 비롯된 천성에 차이가 있을 진데 도깨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외형적으로 우리의 도깨비를 규정짓기보다는 우리네에 친숙한 도깨비 특유의 천성으로 구분함이 바람직하다.

  도깨비는 바위나 고목 등에서 생기는 비단 자연발생적인 것과, 부지깽이·호미·괭이·도리깨·빗자루 등 사람의 손에 닿았던 농기구에서 생기는 것으로 나뉜다. 우리 나라에서는 후자의 것이 많다. 사람의 손을 오래 탔으나, 결국 버려진 인간의 도구들은 처녀들의 생리혈이 묻으면 도깨비가 된다. 사람들처럼 지역색을 띠어 모습과 습성이 조금씩 틀리긴 하나 자주 출현하는 도깨비는 그 생김이 인간과 유사하고 인상이 험악하며 더벅머리인데다가 수염과 털이 많고 힘이 장사이고 이해관계를 잘 못 따지고 셈하는 능력이 낮으며 두 다리 중 하나는 허깨비 다리라 한다. 곡주(穀酒)와 수수팥떡을 좋아하며 해코지만 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에게 복을 내린다. 특히 미녀를 좋아하는 탓에 몰래 납치하여 동거에 들어가기도 한다.

  가랑비가 내리는 칙칙한 날이나 해 저물 무렵이 되면 도깨비불의 형태로 돌아다니다가 폐가나 깊은 산 속 등 그들만의 아지트에 모여 노래와 춤을 즐기는데, 그 가무란 것이 실은 포악질에 엉거주춤이라 인간이 그 꼴을 본다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을 정도로 형편없다.

  인간에게 장난치기 좋아하는 도깨비들은 자신의 터가 있어 여기서 진을 치며 기다렸다가 상대하기 만만한 사람이 지나갈 것 같으면 항상 시비를 건다. 시비가 놀이라면 대개 씨름으로 한판 붙잡고 하는데 사람들은 홀려서 그런지 거부할 수 없고 대개 응하게 된다. 붙잡고 끙끙대다 보면 웬일인지 하룻밤을 꼬박 새게 되어 결국 지쳐 기절한다. 이런 도깨비 씨름에서 이기는 방법은 진짜 다리를 건다는 것인데 한쪽 다리가 실은 허깨비 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닥치면 정신이 맑고 지혜로운 사람만이 이것을 아는 지라 대부분 꼼짝없이 당한다.

  또한 도깨비는 초인적인 괴력과 신통력을 지니고 있는데, 정작 벌려놓은 짓거리를 보면 별 이유 없고 산만하기 그지없다. 이것은 그들의 천성이 순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깨비는 일단 뭔 짓을 꾸미면 지지부진하게 끌거나 오래 생각지 않고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을 저지른다. 소를 처마에 올려놓거나 논밭에 개똥을 잔뜩 쏟아 붓는 게 그들의 낙이다. 이처럼 사람들을 놀라는 걸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이 심한 장난을 쳐서 어른들의 관심을 끌려는 심보와 같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도깨비는 인간이 버렸던 물건들에서 기인하는 것들이라 인간의 곁에 은근히 머물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다.

- 달걀 도깨비 [ Egg Dokkebi ]

  도깨비과 정령. 달걀 도깨비는 사람이 죽어서 된 원귀(寃鬼)인 달걀귀신과는 다르다. 달걀 도깨비는 몸 천체가 달걀처럼 생겼다. 별다른 해악도 끼치지 않는다. 그냥 생겨먹은 대로 데굴데굴 굴러다닐 뿐이다. 달걀 도깨비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인간이 죽어서 된 귀신은 사람의 그릇되고 복잡한 욕망을 간직하고 있지만 자연물이나 도구에서 절로 생겨서 난 정령들은 사람이나 원귀처럼 복잡한 행동방식을 지니지 않는다. 달걀 도깨비는 썩어 방치된 달걀에서 생긴 정령이라고 짐작된다.

- 야광귀 [ 夜光鬼·Lingthing Ghost ]

  도깨비과 정령. 야광귀는 주로 연초에 빛나는 도깨비불 형상으로 나타나는데 민가에서 몰래 신발을 훔쳐 신고 간다. 야광귀에게 신발을 도둑맞으면 일년동안 재수가 없다. 야광귀는 날아다니는데 왜 굳이 신발을 신을까? 야광귀는 도깨비의 일종이다. 도깨비는 인간을 놀래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연초에 이런 짓을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체를 걸어두면 야광귀가 그 체 구멍을 세느라 신발도 못 훔쳐가고 날이 새버린다는 것은 셈이 약한 도깨비의 특성을 말해주고 있다.

- 차일 도깨비 [ 遮日망량·Cloth Dokkebi ] ― 홑이불·멍석 도깨비

  도깨비과 정령으로서 사람을 덮어씌워 놀래키는 습성이 있다. 차일은 천막처럼 햇살을 가리기 위한 천을 말하는데 차일 도깨비라는 이름도 이처럼 넓은 천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차일 도깨비는 마치 바람을 타듯 펄럭거리며 날아다니다가 사람의 머리를 뒤집어씌우는 장난을 친다. 홑이불 도깨비도 차일 도깨비와 같은 부류이다. 멍석 도깨비는 갑자기 사람을 둘둘 말아버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굳이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차일이나 홑이불이나 멍석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을 잘만 사귄다면 차일이나 홑이불 혹은 멍석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동티귀 [ 動土·Dong 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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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티는 신성(神性) 혹은 신체(神體)를 깬 것에 대한 저주이다. 가택신을 상징하여 만들어놓은 신체), 서낭나무 앞에 쌓인 돌탑, 제삿상이나 신주를 어지럽히면 동티에 걸린다. 어린아이들이 이런 장난이나 실수를 하기 쉬우므로 동티에 들리는 것도 주로 어린아이들이다. 증상은 주로 자는 도중 나타난다. 질병의 연유 없이 숨을 헐떡이고 괴로워하는데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동티귀가 아이의 몸이나 꿈속에 들어가 해코지를 놓기 때문이다. 심약한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곧잘 죽으니 그 해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가위에 눌리는 증상 혹은 가위귀의 일부도 이러한 동티귀와 유사하다. 동티살을 맞은 것을 풀기 위해서는 신성을 깬 곳에 가서 원래대로 회복을 하고 치성을 드린다.

두억시니 [ Duwoksini ] ― 두옥신·야차(夜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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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억시니(혹은 두옥시니)는 원리 불교의 팔부신중의 하나이나 민간에서는 도깨비나 귀신의 일종으로 보고 그 특징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두억시니는 그 덩치가 산만하며 외모가 험악하기 그지없다. 머리카락은 불이 붙은 듯하고 눈이 온통 충혈되어 있고 날카로운 손톱을 길게 기르고 있다. 성격도 포악하기 그지없다. 요술을 쓰기보다는 몽둥이나 주먹 따위로 화끈하게 때려죽이는 걸 즐긴다.

몽달귀 [ MongDal ] ― 총각귀신·도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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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격하게는 일생에 한번 동정(童貞)을 떼지 못하고 죽은 원귀(寃鬼)가 원칙이나 혼인 못하고 죽은 귀신도 포함된다. 옛날에는 혼인 전에는 남녀 모두 함부로 관계를 맺지 못하였으므로 결혼을 못하면 곧 동정을 떼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몽달귀이나 처녀귀신은 비단 정욕으로 한이 맺혀 귀신이 된 것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자연히 누려야 될 좋은 시절과 자기자손을 갖지 못해 한이 들려 된 원귀가 되었다는 관점이 옳다. 따라서 색마와 다름없는 정욕귀와는 구분된다. 도령신 혹은 도령귀는 몽달귀와 그 발생은 동일하나 생전에 신분이 높았던 부류를 일컫는다. 몽달귀를 달래기 위해서는 처녀귀신과 영적으로 혼인하는 의식을 치러 준다.

무덤귀 [ 骸骨鬼·Skeleton Ghost ] - 골출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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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덤에서 발생하는 귀신. 사람들의 목격된 바, 물리적인 형체가 존재하고 뚜렷하다는 게 특징(:따라서 요괴로 분류하였다). 즉 무덤귀는 좁은 의미로 시체를 매개로한 귀신으로서, 저절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주술사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서구의 좀비(zombi)와는 그 발생이유가 다르다. 무덤귀는 썩고 망가진 시신으로 인해 사람에게 주는 시각적인 공포는 극대이다. (썩어 뼈가 드러난다 하여 '골출귀'라고도 한다). 무덤귀는 물리적인 힘을 강제하거나 사람의 몸에 빙의하는 적극적인 해코지가 아니라 그 처참한 몰골만으로 사람들을 심장마비로 죽게 하는 게 특징. 따라서 폐해가 무척 크다고도 할 수 있다. 죽은 뒤에도 사람의 머리칼과 손톱이 계속 자라는 현상이 있다. 관속을 열어보았는데 시신이 이런 상태가 된다면 무덤귀라고 일단 의심해 본다. 무덤귀의 출현은 자신의 한을 풀어줄 이를 찾기 위한 소극적인 동기이지 인간을 적극적으로 해코지 하기 위함이라고라는 볼 수 없다. 무덤귀는 이렇듯 소극적 원귀의 일종으로서, 1) 후손들이 보살핌을 등한시하여 무덤이 손상되었거나, 2) 관에 물이 찬다거나 하는 시신손상의 이유 3) 드물게는 비석 등이나 묘지석이나 주변 나무 등이 심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4) 홍수나 기타 자연재해의 이유로 무덤이 심하게 망가져서 시체가 노출되거나 훼손된 상태에서 발생할 경우가 크다. 무덤귀는 퇴치가 아니라 그 원혼을 달래서 극락왕생시켜야 하는데, 무덤이 좋지 못한 땅이라 그렇다면 관을 이사하여 좋은 땅에 묻거나 화장시키고, 시신이 훼손되었다면, 제대로 수습하여 역시 좋은 땅에 묻거나 화장하여 그 원혼을 위로하는 의식을 치른다.

물귀신 [ 水鬼·Wather Gh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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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빠져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것이 있을까. 옛날에는 우물에 빠져 죽은 자도 종종 있었다. 고통스럽게 폐에 물이 차고 숨이 가빠 죽는 순간에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제대로 화장을 하거나 무덤에 묻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떤 비명횡사보다도 원귀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또한 물의 성질이 차니 그 음한 기운이 커서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돌 가능성이 십중팔구라 하겠다. 물귀신은 물가에서 노는 자 혹은 물에서 멱을 감는 자의 발목을 감아서 물 속에 끌어들여 죽인다. 물귀신의 발생을 막고 해코지를 당하지 않으려면 일단 물에 빠져 죽은 자의 시신을 찾아 제대로 제사를 치러주든지, 그게 여의치 않다면 물가에서 굿과 제를 올려 빠져죽은 자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

상문귀 [ 喪門鬼·Funeral Gh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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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귀잡신계로서 상중(喪中)에 몰려드는 악귀들에 대한 통칭. 서열이 낮아 거지귀신들로 취급받기도 하다. 흔히 상문살을 받으니 초상집에 가지 말라는 경우가 있다. 원래 사람이 죽은 집에는 젯밥을 노리고 온갖 잡귀잡신들이 몰려드는 것이니 이 중에 문상 온 자에 붙어 해를 끼칠까 그러는 것이다. 상문귀가 붙은 사람은 양기가 떨어져 별 이유 없이 앓게 되는데 또 다른 증상으로 심약한 몸과 정신으로 스스로 사고를 자초해 죽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상문귀를 떨어뜨리기 위해 문상 갔다 온 사람이 집안에 발을 들이기 전에 소금을 뿌려 귀신을 쫓는 간단한 퇴마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참고로, 사람에 붙어 병을 앓게 하는 귀신을 좀 더 넓게 '처퀴'나 '청계'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는데 상문귀가 객귀와 더불어 대표적인 경우이다.

상사귀 [ 相思鬼·Stocker Ghoest ]

  짝사랑이 지나쳐 병이 되어 죽은 사람의 원귀. 생전에 사랑했던 자에게 한 고백을 거부당했거나 감히 접근조차 못했던 소심한 자들이다. 이 상사병 걸려 죽은 원귀가 해코지하는 대상은 오직 한 명. 자기가 사랑했던 자다. 생전의 집착의 정도가 워낙 컸던 만큼 죽어서도 집요하게 상대의 곁에 머물러 관심을 끌기 위해 괴롭힌다.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자에게 접근해오는 자나 사랑하는 자가 관심을 가지는 자를 질투해 해치기도 한다. 사랑이 아니라 한으로 똘똘 뭉친 집착이고 광기들린 귀신이니 그 해악이 커서 한 사람의 평생을 망쳐놓을 수도 있다.

손각시 [ Son Gak Si ] ― 처녀귀신·손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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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달귀와 마찬가지로 엄격히 따져서는 순결한 처녀 귀신을 뜻하며, 넓게는 비단 처녀로 죽은 것이 한이 된 원귀뿐만 아니라 꽃다운 나이에 시집 못 가고 비명횡사한 귀신을 통튼다. 전자의 좁은 의미로서의 처녀귀신의 경우 그 원한이 더하여 폐해가 크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에도 다른 원귀적 특성과 복합이 되어 그 폐해가 더 클 수 있다. 즉, 어떤 원한이 있어 죽었든, 처녀귀신의 조건과 맞물린다면 그 원귀의 능력은 더욱 배가 된다. 처녀귀신은 현대에는 사회적 문화적인 여건 상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옛날에는 시집가서 시댁에서 구박받는 것보다 시집 못 가는 것이 더 큰 한이었다. 여성이 대우받는 유일한 길은 시집살이를 하더라도 시집 못간 여식이 죽은 집안에서는 손각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시체를 몰래 대로에 묻어 남자들이 밟고 가게 하거나 남근모양으로 만든 나뭇조각을 관속에 넣어주는 등 위로할 수 있도록 하는 주술적 조치를 취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몽달귀신과 영적인 혼례식을 치러주는 것인데 이 때 중매는 무당이 맡는다. 이러한 위로를 받지 못한 손각시는 이승을 떠돌며 혼인을 앞둔 처녀를 급살맞게 하거나 맘에 드는 총각의 주위를 맴돌며 희롱하기도 한다.

수비 [ 隨配·SuB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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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는 귀신에게 붙여진 계급과도 같다. 가장 말단 귀신을 지칭하는 이름인 이들이 저지르는 해악도 미미하다. 사람들에게 신령으로 우대 받는 신령 혹은 그 해악이 매우 큰 귀신을 추종하여 패거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상급신령 혹은 귀신들의 잔신부름을 하거나 그를 호위하거나 대신 행패를 부려 경고조의 해코지를 하는 것들이 수비들이 하는 일이다. 이런 '조직'을 세우거나 그렇지 못하든 간에 이들은 떼지어 다니는 것이 특성이다. 속된 말로는 쪽수로 승부하는 귀신이다. 많은 패거리들이 모였을 때는 함부로 사람이 무시하면 큰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다. 수비들은 귀신사회에 있어서 일종의 건달 혹은 저급한 한량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 '隨配(수배)'라는 한자표기는 순 우리말을 무리하게 한자로 나타내어 된 이름이며 원래는 수비라 한다. 귀신이나 신령의 이름의 경우 이러한 사례들이 많으며 오기(誤記)는 아니다.

원귀들 [ 寃鬼·Malice Ghos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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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이 나쁘게만 인식되는 것인 왜 일까? 귀신이 죽은 자의 영혼이라 함은 한때 이승에 근본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산 것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죽음을 맞지 못하면 집착이 사라지지 않고 한(恨)이 남는다. 이러한 사연들로 죽은 영혼이 타락된 것을 원귀(寃鬼)라 한다. 그 종류는 목매달아 자살한 귀신, 물에 빠져 죽은 귀신, 실족사한 귀신, 바위에 깔려 죽은 귀신, 재수없게 벼락맞아 죽은 귀신, 불에 타서 죽은 귀신, 자식 없는 귀신, 전쟁터에서 죽은 귀신, 총각 귀신, 처녀 귀신, 억울한 누명쓰고 참형 당한 귀신 등등은 죄다 원귀로 분류된다. 즉, 인생이 불쌍하고 억울하면, 죽어서 비뚤어진 한풀이를 하는 원귀가 되는 것. 한을 정당하게 풀려고 하다가 의도하지 않게 해코지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드문 경우다. 대개는 세상에 대한 질투로서 적극적으로 해코지를 하고 심지어는 사람을 죽게도 한다.

- 영산 [ Young San ]

  잡귀잡신계 - '잡귀잡신'은 귀신계급이 아닌, 집합적 개념의 가장 하위 신령급을 나타내기도 한다 - 의 특정계급을 나타내는 원귀. 그 해악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원귀들. 이들은 크게 피 흘리거나 고통스럽게 비명횡사하여 죽은 원귀들의 집합체이다. 어떤 연유로 사지가 잘려 죽거나 독을 마시고 괴롭게 죽거나 전쟁터에서 무참히 죽으면 이 영산파의 일원이 된다. 아기 낳다가 죽은 여자귀신 '하탈'도 이 무리에 속한다. 이들은 그 계급은 비록 낮으나 일단 무리 지어 움직일 때면 그 해악이 어떤 귀신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열상으로는 떠돌이 귀신으로서의 말명이나 수비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결국 인간들끼리의 잘못으로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을 당한 원귀들이므로 동정심을 살만한 귀신들이라 하겠다. 그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나 굿을 올려 그들을 저승으로 귀화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퇴마의 방법이다.

정욕귀 [ 情慾鬼·Sex Maniac Ghost ] ― 색마(色魔)

  남녀간 자유로운 교제가 가능하고 독신이 많아진 작금에는 몽달귀나 손각시가 크게 위세를 떨치지는 못할 것이나 도리어 정욕귀가 판을 핀다. 정욕귀는 과도한 정사로 정력이 딸려 복상사(腹上死)한 귀신이거나 남녀의 교합에 한이 맺혀 죽은 귀신이다. 전자는 지나친 색욕으로 죽은 귀신이고, 후자는 마음껏 정욕을 채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죽은 귀신이다. 꿈에 나타나는 정욕귀는 몽마(夢魔)라기도 하는데 성에 눈뜨는 소년소녀들의 정기를 흡수한다. 정욕귀는 크게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도를 닦거나 수련을 하는 자들을 훼방하거나 선비나 유부녀를 타락시킬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근친상간 등의 금기를 깨뜨리는 등 인간사회를 풍기문란케 하여 그 해악이 적지 않다. 예방이 최선으로서 평소 심신을 바르게 하고 정욕귀로 부정탄 그림이나 기물과 장소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지박령 [ 地縛靈·Zi Bak Ry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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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박령은 일정한 구역 안에서만 활동하는 귀신을 통칭한다. 어느 문화권에도 이 지박령이 있는데, 작게는 개인의 급작스러운 사고사가 일어난 장소에서부터 대량의 참사가 일어난 지역, 혹은 사고가 비정상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도 지박령이 있다. 이 지박령들은 그 해악이 높은 원귀로서 물귀신도 지박령의 일종이다. 지박령이 된 원귀들은 해코지의 방식으로 자기들의 영역에서 그러한 죽음과 사고가 자꾸 반복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해코지는 특정장소의 지박령을 자꾸 양산시키고 사고나 죽음이 반복되는 끔찍한 악순환을 일으킨다. 지박령의 세가 커지면 그 장소는 현실 속의 지옥이나 다름없는 악귀들의 아지트가 된다. 실제로 사태가 이렇게 확산되지 않는다. 폐가나 귀신 나오는 집, 사고다발지역 등에는 자연히 사람의 발길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역에서는 반드시 그 죽은 넋들을 위로하며 그 장소의 부정을 없애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  

지귀화신 [ 志鬼火神·ZiGw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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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귀화신은 다른 귀신들과 매우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그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개성신(個性神)이다. 그는 옛날 신라시대 지귀라는 이름을 지닌 청년이었다. 그는 선덕여왕을 사모하며 행차 때마다 따라다녔다. 당시 선덕여왕은 뛰어난 미모와 지성을 갖춘 만민의 '스타'였다. 지귀는 선덕여왕의 열광적인 팬이었던 셈인데 선덕여왕은 마음씨가 너그러워 그가 따르는 것을 허락했다. 선덕여왕이 절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그는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는데 선덕여왕이 이것을 보고 측은히 여겨 그의 가슴에 팔찌를 두었다. 깨어난 지귀는 그 팔찌를 쥐며 너무 좋아 춤을 추다가 그만 가슴속 타오르는 사랑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불귀신이 되어 세상을 떠돌았다. 이에 여왕은 주문이 담긴 부적을 만들어 지귀화신을 막아 백성들을 안심하게 했다고 한다.

  ☞ 주문내용 : 지귀의 마음에 불이 붙어(志鬼心中火), 몸을 태워 불귀신이 되었다(燒身變火神). 푸른 바다 밖으로 멀리 흘러갔으니(流移滄海外) 보지 말고 친하지도 말라(不見不相親).

▣ 한국환상사전 ② 신과 신령 편

II. 한국의 신과 신령들

  신앙이 아닌 문학과 예술의 소재와 배경이 되는 환상세계의 관점에서 한국의 신령들의 발생을 보면 죽어서 된 귀신이 반, 나머지 반은 정령이다.

  자연이나 천계(天界)나 저승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정령적 신령은 죽은 귀신보다 대개 그 서열이 높다. 산신이나 수신, 지신 등이 그 예인데 이 산신이나 수신도 죽은 귀신의 영혼이 차지할 수 있다. 죽은 귀신이라 해도 영험함을 보이면 신령으로 격상되고 천신이 가택신보다 서열이 낮을 수도 있다. 인간에게 멀리 떨어져 있고 그 영험함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는 곳이 하늘이고 잘난 신령이라도 대우를 못 받는다. 따라서 우리의 신과 신령들은 대부분 귀신을 쫓는 벽사신이나 수호신적 성격을 지닌다.

  한국의 신과 신령들은 유불선이 토속의 샤머니즘과 결합된 것으로 오랜 세월동안 융합되는 과정을 필요로 했다. 다음에 소개되는 신과 신령들의 항목들 선사 이래로 조선 말기까지 주로 샤머니즘으로 다뤄질 수 있는 고대 신들과 무속과 민간신앙 그리고 이와 적절히 융합된 도교와 불가의 신들을 위주로 다룬 것이다. 신령들의 분류는 크게 각 군집별인 천신·가택신·산신·수신·지신·명부(저승) 등으로 크게 나누고 사람들의 신앙을 받는 정도·살고 있는 영역·관장하는 영역 등을 요약으로 가미하였다.

가택신들 [ 家宅神·Housekeeper Spirits ] ― 가신·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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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집터 그리고 집안 사람을 지키는 신들. 사람들과 가장 친숙한 신들로서 방이나 부엌 뒷간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가택신들은 거의 그 집 인간에 의해 '모셔진다'. 그실체가 없는 정령들이라 박 바가지나 정화수·천·종이·곡식·돌멩이 등으로 신체(神體)를 만들어 모신다. 칠성신과 제석신은 불가 등에서 초빙된 신이며 크게는 삼신 할머니 등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들도 집 지키는 수호신에 속한다. 집 지키는 신들의 회원명부는 다음과 같다.

  집 짓는데 터가 필요하니 터주신, 터 다음에는 건물이 필요한데 건물의 성조신, 사람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게 먹는 것과 불이라 부엌의 조왕신, 먹으면 제 때 싸야 하니 되니 뒷간신, 물이 없으니 살 수 없으니 우물신, 밥만 먹고 살 수 없어 여타 소원을 빌어야 되니 칠성신, 오래 편히 살아야 되니 제석신이 있다. 살림이 커져 장독대나 뒷마당이 있으면 철륭신, 뒷간의 뱀이나 우물가 두꺼비의 모습으로 재운을 몰고 오는 업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근본인 조상 덕이라 조상신(혹은 제석신), 악귀와 액을 막는 대문신도 있다.

- 뒷간신 [ Toilet God ] ― 변소각시·측간신·측부인

  변소를 지키는 여신이라 해서 무시하면 안된다. 사람이 의사에 관계없이 해야 하는 일 중에 중요한 일이 배설이라, 뒷간신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이 냄새나는 여신은 성깔이 있어서 종종 히스테릭하고 심술궂다.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놀래키는 변소간 귀신이 이 여신의 장난질일 가능성이 크다. 뒷간은 (옛날에는) 집하고는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진 후미진 곳에 지어놓아 그 기운이 무척 음(陰)하다. 썩은 처마에 뱀도 많이 들고 항상 눅눅하고 칙칙해서 뒷간신의 성격이 이 모양인가 보다. 집을 지키는 신인 경우 대개 그 신령을 상징하는 성체(聖體)를 만들어 놓는데 이 뒷간 여신의 상징은 뒷간 처마에 매달아 놓은 헝겊이나 흰 종이다. 아마 치마저고리쯤 되는지 싶다. 이걸 궁한 김에 뒤 닦는 휴지로 사용해 쓴다면 큰 화를 얻을 수 있다. 또, 똥통에 신발이 빠지거나 방금까지 있던 휴지가 별안간 없어진다거나 심하게는 치질에 걸리는 불행을 겪지 않으려면 뒷간신을 잘 섬겨야 한다

- 성주신 [ Sung ju : House spirit ] ― 성조신

  집 건물을 지키는 신. 가택신 중 가장이라 할 수 있다.

  터주신이 집터를 지킨다면 집 건물은 성주신이 지킨다. 집 건물을 지을 때는 터주신이 관장하지만 일단 건물이 세워지면 이 성주신이 자리잡는다. 성주신은 큰 마루(거실)나 대들보(기둥 혹은 천장)에 깃들여진다.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다른 가택신들처럼 인간이 불러서 모셔야 한다. 성주신은 한 집안뿐만 아니라 가문 전체의 운명을 손에 쥐고 흔든다. 따라서 친인척이 모두 잘 되는 가문이라면 성주신이 보살펴 주기 때문이다. 성주신이 방정맞아 엉덩이를 들썩거리면 집이 무너질 지도 모르므로 항상 무게 있게 좌정해 있고 이러한 성품 때문인지 집안이 시끄러우면 아무 말 안하고 조용히 나가버린다고 한다. 따라서 근엄한 성주신의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요란한 부부싸움은 삼가야 한다. 성주신은 특히 집안의 가장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본다. 가장이 근면성실하고 가족을 잘 책임지면 가문 전체에 복을 내린다. 성주신은 비단 집 건물뿐만 아니라 커다란 여객기나 배에도 있을 수 있다.

- 터주신 [ Tou Zu ] ― 터줏대감·지신(地神)·철륭신

  터주신은 집터를 인간에게 허락하며 주로 재복을 내리는 정령이다. 집의 전체적인 기운이 나쁘면 그 안의 건물이나 집안 사람들이 잘 될 리가 없다. 이런 점에서 터주신은 가택신 중에서 가장 근본이고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들고 건물이 세워져야 들어오는 다른 가택신들 중에서도 터주신은 맨 먼저 들어온다. 원래의 터를 지키는 신은 따로 지신(地神) 혹은 '지신할매'라고도 하는데, 터를 잡기 전에는 항상 이 지신에는 신고식을 한다. 이렇게 사람이 살 터전의 기초가 닦이면 터주신이 일단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가택신들 중에서도 남성신이고 제일 어른이니 곧잘 대감이라는 칭호로 불린다. 본채가 만들어지고 부엌이나 뒷간 등이 만들어지면 다른 가택신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터주신은 마당이나 장독대에 머물러 가택의 주신으로서 이들을 관망하기도 하는데, '철륭신'이라 하여 장독대신을 따로 부르기도 한다.

- 제석신 [ 帝釋神·Zesuk spirit ] ― 제석천·삼신(불)제석신

  불교의 신들 중 하나·무속에서는 가택신(家宅神)에 속한다.

  집과 집터를 지키는 다른 신들과 달리 이력이 특별나다. 불가의 신이 집안으로 들어와 집안의 평화와 복을 주는 신이 된 것이다. 고대 불교에서 제석천은 하늘에서 그물을 휘둘러 아수라를 체포하는 등 큰 활약을 펼친 최고신으로 통한다. 부처의 조력자로서 동방을 지키는 신이면서 단군의 조상인 환인(桓因)이 바로 제석천이라 믿는 이들에게 조상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이와 딴판인 이야기가 있다. 부처의 화신인 서역스님이 여행 중에 조선에 왔는데, 전생에 선녀였던 당금(혹은 당금아기)이라 불리는 여자를 간택한다. 이로서 젊은 처녀가 아이를 배고 세쌍둥이를 낳는다. 이 세쌍둥이가 삼신제석이 된다. 이 때 당금아기의 삼신제석의 모습은 크고 긴 코 하며 까무잡잡한 피부 등이 이국적인 혼혈(부계가 서역인이므로) 같다. 삼신제석이라 할 때는 산신(産神)의 기능도 포괄한다. 기원이야 어찌했던 제석신은 집안 사람들의 수명과 심신의 안녕을 관장한다. 불가에서 특별히 모셔온 신이라 대우도 소홀하지 않다. 조왕신·터주신·성주신 등 주요 가택신과 서열이 같고 안방에 주로 좌정해 있다.

- 조왕신 [ Jowang : Kitchen spirit ] ― 부엌신·부뚜막신·아궁이신

  가택신으로서 부엌과 불씨를 지키는 여신. 각시나 할매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한다.  

  부엌의 신이 여신인 것은 사람의 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곳이고 남성들은 잘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먹을 복'도 내리고 입에 항상 맛난 것을 달고 그런 기회를 잘 얻는 자는 조왕신이 예뻐하기 때문이다. 조왕신은 또한 '불(火)'을 관장한다. 그렇다고 민가에 불지르고 다니는 악신이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고 온수와 난방을 책임지는 인간생활에 이로운 불의 여신이다. 아궁이의 불씨를 관장하여 항상 양기가 충만하여 높은 격을 지니고 가택신 중 서열도 높다. 불이 귀한 시절의 조왕신은 당연히 대접받을 수밖에 없다. 조왕신은 장작이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 속에 있어 가마솥의 밥이 잘 익게 해주고 누룽지도 만들어주며 한 겨울에 구들장에 엉덩이도 지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너무도 열심히 부엌을 보살피던 나머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새까만 그을음이 가득할 지도 모른다.

강님도령 [ Mr. Kang Lim ] ― 강림·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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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의 조직에 속한 명부(冥府)신이며 개성(個性)신. 염라대왕의 전령으로서 저승사자의 우두머리다. 강님은 원래 이승사람으로 원님의 전령인 나장(將 : 조선시대 귀양 가는 죄인을 압송하는 일을 하는 자 또는 관아의 사령使)이라는 직함의 젊고 총명한 자였다. 마을에서 발생한 기괴한 사건을 해결하고자 원님이 청탁을 해오자, 그는 염라대왕을 소환하는 전무후무한 능력을 보인다. 염라대왕이 잘 협조해 준 덕분에 사건은 해결된다. 염라대왕은 자기를 소환한 강림을 당시 괘씸히 여기던지 아니면 그 배짱과 신통한 능력을 높이 여겼으리라. 염라대왕은 강님을 저승으로 전격 스카웃 해버린다. 결혼도 못하고 이승을 떠나 죽은 귀신이므로 '도령'이라 불린다. 염라대왕은 특별히 강님도령을 총애하여 전갈을 전하고 여러 중요한 심부름을 시킨다. 도령신이나 다른 저승사자들 중에서 강님도령은 단연 으뜸이다.

걸립신 [ 乞粒神·Gullip ] ― 계면신

  잡곡 따위를 구걸하는 신. 각설이나 시주승 따위의 잡신(雜神) 패거리로서 무당신이며 잡귀잡신이다. 하릴없이 밥 따위를 얻어먹는 천한 행위가 아니라 모금이나 시주에 가까운 행위라 춤과 노래를 불러주고, 곡식을 얻으면 그 대가로 복을 내린다. 무당이 되는 과정에 일조를 하니 소홀히 대접받지는 않는다. 걸립들은 외톨이들이 아니라 다른 잡귀잡신들처럼 주요 신과 신령들이나 힘센 귀신들의 세력에 저마다 속해 있다. 걸립이 속한 조직은 24개로 알려져 있으며 이 조직들은 전체 영계에서 중간 서열에 속하고 일부는 터주신이나 성주신으로 사람들의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관계된 부류다. 이러한 후광효과가 걸립신들이 신령으로서 그나마 어깨에 힘주고 뒷전에서나마 제사상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굴왕신 [ Gul W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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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신(地神)과 잡귀잡신에 속하며 무덤 혹은 낡은 집이나 동굴을 지키는 귀신 혹은 신령.

  굴왕신은 일종의 터주신이다. 그런데 사람 사는 터가 아니라 죽은 자나 아무도 없는 터를 지킨다. 다른 신령이나 귀신과도 어울리지 않는 걸 봐서 고독을 즐기는 것 같다. 이 굴왕신은 땅속에 있어서 그런지 찌들고 추저분하며 더럽다. 오죽하면 '굴왕신같다'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무덤뿐만 아니라 또, 땅에 묻히지 않고 낡은 골방이나 동굴 같은 거처에서 죽어버린 자의 터를 지키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신령이라도 사는 데가 이러니 그 꼬락서니가 좋을 리가 없다. 굴왕신은 사람에게 괜한 해코지는 결코 안 한다. 무덤이 있는 자리에 사람이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훼방을 놓는다. 무덤 터에 일부러 집 지으려는 사람은 없으므로 굴왕신이 사실을 알려주고 경고를 해준다는 좋은 의미로 해석함이 좋겠다.

넋대신 [ Nuek DaeS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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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부(冥府) 넋대신 무리의 대표적인 신령을서, 죽은 사람의 유언을 이승의 사람들에게 전해준다. ― 광의의 넋대신 무리에 속한 것은 강님도령·일직사자·월직사자 등 저승의 사자들이다. 이 저승사자들의 외모적 특징 중 하나는 수염이 없다는 것.

  넋대신은 죽은 자의 혼령으로 무당의 몸에 깃들인다. 따라서 일단 죽은 자의 혼령이면 어떤 혼령의 말도 대신하여 줄 수 있다. 무당의 입을 통해 죽은 자의 유언을 말한 후에는 적당히 얻어먹고 모습을 감춘다. 죽은 자를 완전히 대신할 뿐 쓸데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 그 모습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저승에 소속을 둔 이들은 자기 책무에만 충실할 뿐 다른 신령이나 귀신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수명이 적힌 명부에 따라 수많은 혼백을 거둬가야 하는 저승의 사자와 마찬가지로 영적인 부음을 전하는 넋대신도 일처리에 있어서 냉철하고 완벽해야만 한다.

다자구 할매 [ Grandma Dajag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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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화로 유명한 죽령산 여신령. 죽령산신은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머니로 나타나 푼수처럼 야단을 떤다. 옛날 죽령고개에 나타난 흉악한 산적 패거리 땜에 원님이 골치가 아팠다. 그 원님이 할머니가 나타나 자기가 산적들을 재워놓을 테니 그 틈에 모두 때려잡으라는 것이다. 할머니가 산적 패거리 소굴로 갔다. 산적들이 할머니 여기 왜 왔수라고 묻자 할머니는 잃어버린 아들 찾으러 왔다고 하자 산적들이 별 의심 안하고 놀고 처먹더니 밤이 되어 자빠져 잠이 들었다. 그때 할머니가 다자구야! 하고 외쳐대니 기회를 엿보며 숨어있던 원님의 특공대가 산적들을 소탕해버렸다. 그래서 다자구 할머니라 불린다. 사실은 죽령산 여신령이가 산적놈들 때문에 사람들이 산에 올라 기도를 못 올리자 대신 나선 것이다. 이처럼 다자구 할매는 지혜롭고 해악이 넘치는 여신이다.

  ☞ 신령에게 할머니나 할아버지라 할 때는 그 외모가 늙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기원이 조상뻘로 오래되거나 높은 영험함에 대한 존칭의 뜻으로 부르는 것이다. 하나의 여신령 혹은 귀신에 할머니와 각시라는 말이 혼용되어 쓰는 경우도 있는데 할머니라 부를 만큼 오래되고  영험함을 갖추었으면서도 아직 미혼의 젊은 여신령이기 때문이다.

대신 [ 大神·Daeshin ]

  점이나 저승과의 의사소통을 관장하는 귀신 혹은 신령들에 대한 통칭 ― 반면, '대감'은 복을 내려주는 신령에 대해 붙인다.

  명두대신·작두대신·천하대신·지하대신·별상대신·선녀대신 등 신통력을 내려준다면 어느 신령이든 그 이름 뒤에 붙여 붙을 수 있다. 무당들은 보통 점을 볼 수 있으므로 대신을 하나씩은 모시는 셈이다. 무당들이 주로 모시는 열두 신령들 외에도 만신이라 하여 귀신들은 무수히 많지만 무당들이 점이나 귀신과 대화할 수 있게 하는 신통력을 내려주는 신령은 오직 하나다. 그래서 극히 높이 칭하여 '큰신'이라는 뜻으로 붙이는 것이다. 이들 대신과 접신하면 무당은 몸만 그대로일 뿐 영은 그 신령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일단 접신이 되면 이 무당들을 또한 대신이라고 부른다. 명두대신을 모시는 무당은 애처럼 행동하게 된다. 박수무당(:남자무당)이 선녀대신을 모시면 여자처럼 꾸미고 어투와 행동거지도 여자처럼 된다.

마고 [ 麻姑·Mago ] ― 성모천왕(聖母天王)·천왕신령·천왕할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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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산신령 중 천왕봉 신령으로서 무당들의 대모산신(代母山神)으로 추앙된다.

  마고는 늙은 노파의 모습이라고도 하는데, 원래 하늘에 살던 선녀로서 당시 모습은 키도 크고 체격도 우람하고 살도 희었던 여장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중국신선전(神仙傳)의 마고파양(麻姑搔痒)이라는 고사성어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선녀 마고의 손톱이 갈고리처럼 매우 길다. 거인 족이며 세상의 창조에 관여했다는 등의 설도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 강림한 '우리'의 마고 여신은 인간과 다른 영적 세계를 이어줄 자를 만들기 위해 내려온 것이며, 도력이 높은 법사와 부부가 되어 살면서 여덟 자매를 낳아 무당수업을 시킨다. 바로 하늘의 술수를 딸에게 전수하는 작업이었다. 그 딸들은 팔도 각지 무당들의 원조가 된다.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마고에 대한 신앙은 광적이었다. 무당뿐만 아니라 청춘남녀들도 많이 천왕봉에 올라와 기도를 하는데 워낙 지대가 높아 춥고 비바람까지 심해서 서로 부둥켜안는 일이 잦았다. 혈기 왕성한 남녀들이 살이 닿고 보니 보기 민망한 꼴이 많이 벌어졌다 하니 사랑의 여신이기도 할 것이다.

말명 [ Malmyung ] ― 만명(萬明)

  신라 명장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萬明)'을 무당의 시조를 삼아 일컫는 말. 김유신 모친의 이름인 '만명'에서 세월이 흘러 '말명'으로 변한 것으로 본다. 한편에서는 말명을 하릴없이 떠도는 잡귀 혹은 하인이나 종이 되어 죽은 귀라 일컫기도 한다. 전자에 따르면, 생애에서 특별했던 김유신의 능력은 그를 키워낸 어머니의 자질을 물려받은 것으로도 보인다. 만명부인은 무당들에게 신령으로 모셔지기에 충분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택한 열정적인 인물이었다. 사랑을 선택하려다가 궁에 갇혔는데 난데없이 날벼락이 문을 때려부수어 탈출하는 것 등 예사롭지 않은 일화가 전해진다. 반면 후자의 설에 따르면 신령이 아니라 별 볼일 없는 잡귀잡신의 일종이라 본다. 일생을 박복하게 남의 시중들고 잡일하며 살았으니 원귀에도 가깝다.

명두와 태두 [ Myung Du & Tae Du ] ― 동자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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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두 혹은 명도(明圖 : 고대 무당의 청동거울, 서양 마법사의 수정구슬 격)는 남자아이가 죽은 귀신이며, 태두는 마마에 앓아 죽은 여자아이 귀신이다. 나이 또래는 걸음마 하는 아이가 막 말을 뗄 때 정도다. 이들은 엄밀히 따져 신령이기보다는 귀신이다. 그런데 해코지하는 원귀는 아니다. 미처 세상의 때가 묻기 전에 죽은 귀신이라 순수하고 해맑다. 그 때문인지 점보는 무당들이 선호하는 신령 중 인기제일이 이 귀여운 아기 신령들이다. 굳이 흠을 꼽자면 철이 없다는 것이다. 말을 하더라도 문맥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응 혹은 아니라고만 하든지 더러는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따라서 동자신을 통해 점보는 사람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곧잘 토라지거나 울거나 삐쳐서 가버리기도 한다. 무당이 아닌 보통 사람에게는 까르르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나 아기 우는소리 등으로 존재를 알린다.

바리데기 [ Barideagi ] ― 바리공주·지노귀새남

  저승을 통틀어 관장하고 죽은 자의 저승길을 보살피는 여신. 바리데기는 본디 인간이었다. 아들을 간절히 원하던 부모가 일곱째 딸로 그녀를 낳고 실망 끝에 버리고 만다 ― '바리데기'는 '버리다'는 뜻이다. 세월이 흘러 죽을병 든 왕 부부가 일곱째 딸을 찾았다. 찾아서는 미안하다 사죄하지는 못할 망정 자기들 살릴 치료약을 찾으라고 서역의 저승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바리데기는 남자로 꾸미고 여행을 시작한다. 온갖 모험 끝에 치료약을 가지고 있는 무장신선에게 도착하는데 여자인 것이 그만 들통난다. 별 수 없이 부부의 연을 맺고 9년이나 바리데기가 아닌 부엌데기로 일하며 아들을 일곱이나 생산하게 된다. 바리는 부모 생각에 이제 헤어질 것을 결심하고 여태까지의 위자료로 약려수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마침내 약려수를 얻어다가 이미 숨이 끊긴 부모를 부활시킨다. 왕은 바리의 소원을 들어주어 만신(萬神)의 주인으로 명한다. 바리데기는 이후 저승의 여신이자 무당의 조상이 되고 서역 저승여행에서 사용했던 바리데기의 각종 도구들은 무당들의 제구로 사용된다.

부근신 [ 附根神·Shaman of Pen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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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의 성기로 상징되는 신령들의 총칭 ― 일부에서는 '부군신(府君神 : 관청에서 모시는 신)'과 혼동되거나 아예 동일한 의미로도 쓰인다.

  아기를 점지하는 삼신 할머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근신을 섬기는 것은 남자 쪽에 아기 못 갖는 이유가 있을 경우다. 흔히 '좆바위'라 하는 것도 이 부근신에 속한다. 나무로 깎아만든 거대한 남성성기와 짚다발로 만든 것도 이 부근신령의 다른 형태이다. 애를 가지기를 간절히 원하는 부녀자들은 좆바위의 돌가루를 갈아먹거나 남성 성기와 닮은 부근신의 성체(聖體)에 기원한다. 부근신의 실체는 다른 신령들일 가능성이 크다. 여성이 씨를 받았으나 양기가 아기를 잉태하는데 부족할 때, 남편이 못 준 부족한 양기를 부근신으로부터 얻는다. 양기를 주는 신령은 산신령일 수도 혹은 도당목(都堂木)일 수도 있다. 귀신도 아닌 높은 격을 지닌 신령이 인간 여성에게 양기를 준다는 게 그쪽 세계에서는 눈치가 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정체를 숨긴 채 좆바위 같은 것에 잠시 들렀다 은혜를 베풀고 가는지도 모른다.

산신령 [ 山神靈·Mountain G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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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혹은 그 산의 영역에 속한 물·나무·마을 등의 모든 터와 자연물을 관장하는 신령 으로서 하늘의 신들(天神)과 버금간다.

  산신령은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산의 정령으로 자연발생한 경우, 인간이나 동물이 신령으로 화한 경우로 나뉜다. 하늘이나 산의 영기에 기원을 둔 산신령은 거의 여성신이며 우리가 짐작하는 것과 달리 산신령의 대부분을 이룬다. 기껏해야 사람이 신령으로 되는 경우에 한해서 남성신이다. 사람이 산신령이 되는 경우도 여러 가지다. 산신령의 남편으로서 소위 잘난 부인 덕에 신령이 되거나, 도를 닦아 경지를 올라선 사람이 산신령이 되거나, 높은 공덕을 지닌 장군들의 혼도 산신령이 된다. 오래 산 호랑이가 산신령으로 자처하기도 하지만 보통 산신령의 애완동물이 된다. 산신령은 종종 호랑이로 둔갑하여 나타나는데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

  산맥이 그 나라의 국토를 좌우할 정도이면 산신령을 모시는 일은 국가적으로 발전되고, 작게는 하나의 봉우리나 고개 혹은 마을 뒷산의 산신도 있다. 신에게 각 사당을 지을 여력이 되지 않을 경우 다른 신령들과 함께 모시는 집을 마련한다. 많은 신령들이 모셔진 건물에서도 산신령이 곧잘 그 신당의 주인으로 추대된다.

삼신 할머니 [ 三神·Grandma Samshin ] ― 삼성(三聖)신·산신(産神) 등

  아기의 점지·출산·양육을 돌보는 세 명의 신.

  사람에게 나타날 때는 항상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삼신은 생명의 탄생을 다루므로 자애롭고 잘 노하지 않으며 신중하다. 또한 아기의 성별이나 선천적인 재능이나 외모까지 좌우할 수 있다. 아기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세 신이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 음양이 잘 조화되어 어머니의 뱃속에서 생명을 시작하며 생명으로서 외형을 갖추도록 하고 출산으로서 세상에 나와 생명을 보이고 육아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의 진정한 '완성(:3은 완성의 수)'을 이루게 한다. 따라서 아기가 돌이 지날 정도면 아기가 진정한 생명체로 완성되었다 하여 삼신들은 임무를 끝내고 떠나간다. 집안에 모실 때는 '삼신바가지'라고 하여 큰 박 바가지에다가 쌀이나 조 등을 넣고 한지와 금줄 등, 출산 전후에는 마른 미역을 얹어 간편하게 제를 올린다.

☞ 삼신의 같은 소리 다른 뜻으로 '①三身', '②三辰'이 있다. '①'은 부처의 세 가지 화신(化身)으로 영혼처럼 보이지 않는 비로자나불(法神)·고행과 수도로 정제된 아미타불(報身)·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석가모니불(應身)인데 부처의 수많은 화신들을 분류하기 쓰인 말이다. '②'는 민간신앙에서 많이 쓰이는 해와 달·별을 나타낸다. 한편, '삼성(三聖)'은 제주도의 삼성신화에 등장하는 혹은 환인과 환웅 그리고 단군을 삼성신 혹은 삼신(三神), 또는 산신 칠성신 독성을 삼성신이라고 하는 등 '삼신'과 마찬가지로 '3'이라는 조건만 갖춰지면 어떤 신을 가리키든 두루 쓰여 혼동하기 쉽다. 참고로, 계연수의《한단고기(桓檀古記)〉中 '태백일사' 편에는 서로 유사하나 다양한 삼신의 가설을 소개하고 있다.

서낭신 [ Sunang spirit ] ― 성황(城隍)신·도당(都堂)신·당신(堂神)

  마을 전반의 일에 관여하고 마을의 터를 지켜주는 수호신.

  성주신이나 터줏대감이 가문이나 개인의 집터와 집 건물을 지켜준다면, 서낭신은 마을단위의 크고 작은 일들과 공동의 건물이나 마을길의 안전과 논밭의 풍년 그리고 마을의 번성을 위해 사람들을 하나의 집단체로 보살핀다. 사람들을 편애하지 않고 마을의 복과 항상 함께 하기에 존경을 받고 그 능력 또한 영험하다. 마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에 주로 살고 있다. 사람들은 서낭신의 가지에 나쁜 귀신을 몰아내는 색동의 천과 금줄을 드리우고 주변에는 황토를 뿌려 화장을 시킨다. 이 같은 치장들은 서낭신 고유한 양기(陽氣)를 더욱 돋궈준다. 악귀들의 아지트로서 음허(陰虛)한 나무귀신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서낭나무 앞에는 마을 사람들 혹은 나그네들이 소원을 빈 역사인 돌무덤이 있다. 소원을 빌며 돌은 세 개를 놓으며, 한편으로 지날 때 세 번 침을 뱉으면 악귀가 떨어져 재수가 좋다고 한다.

선녀 [ 仙女·Female Angel ]

한국 요괴 백과사전 - hangug yogoe baeggwasajeon
  하늘에 일가를 이룬 여식들 혹은 신선으로서 하늘에 오른 여성신.

  옥황상제를 시중든다 묘사되는 선녀들은 이 중 한 부류일 뿐. 선녀는 하늘에 있는 신인(神人)들 중 여성을 가리킨다. 여신이 되지 못한 일반 선녀들은 하늘의 신인들끼리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가정을 이룬다. 인간과 다른 점은 선녀들은 신비한 불로장생의 선약으로 늙지 않으며 나이만 먹을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여성과 골격이나 체형이 같더라도 선천적인 신성의 피와 자란 환경 때문인지 말투나 행동거지에서 풍기는 자태가 인간의 것을 초월해 신비롭고 아름답다. 선녀들의 옷은 이승의 재료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하늘거리기 그지없는데 선녀의 몸에서 발산되는 성스러운 광채 때문에 착각을 일으킨 것일 지도 모른다. 선녀들은 간혹 이승에 내려와 놀고 또 멱을 감고 간다. 이때 옷을 잃어버리면 그들은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신성을 잃어버린 선녀들은 인간과 관계를 맺어 애도 낳을 수 있다.

소머리신 [ 神農·Cow head God ] ― 신농(神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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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상업·의약·점술을 두루 관장하는 신. 신농이라 하여 중국에서 더욱 유명한 신. 농사뿐만 아니라 약초를 이용한 한의학·팔괘를 이용한 점술·농기구와 악기의 발명·상술과 교역 등 다방면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신농은 용과 교감(?)한 여자로부터 태어났고 날 때부터 소머리와 인간의 몸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소머리신은 말 그대로 소머리를 하고 있고 손에는 곡식의 이삭을 들고 날 듯이 달리고 있다. 단군의 신하인 '고시'의 후손이라는 설도 있고 그 내력에 대해 신비하고 수수께기 같은 점이 많아 연구대상인 신이다.

쇠부리신과 수레바퀴신 [ Gods of Iron & Wheel ] ― 야철신·제륜신

  철기시대에는 철을 다루는 기술을 그 나라가 얼마만큼 강대하냐 혹은 문명의 척도로 삼을 정도로 중요했다. 뛰어난 야철기술을 지녔던 고구려에는 이 철을 녹이고 두드리고 다듬는 각 분야의 전문가신들이 있었다. 야철신은 쇠부리신이라고도 하는데 그리스 신화로 치자면 헤파이토스쯤 된다. 제륜신은 수레바퀴를 만드는 신으로서 정교한 손기술과 기구의 설계를 담당한다.

신장 [ 神將·General of Gods ]

  신들의 영역을 지키는 신 또는 주신(主神)을 호위하는 계층신의 통칭.

  이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천상의 부대를 이끌고 있는 장군들이다. 그 중에는 옥황상제의 근위대인 백마신장도 있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뇌공신장과 벽력신장도 있다. 인격신(人格神)으로서의 관운장과 김유신 장군신 등도 군웅신(軍雄神)이라 유사하게 불리지만 군웅신은 인간의 영웅적 장군들이 죽어서 신령이 된 것이다. 반면 이 하늘의 신장들은 원래부터 신이고 원칙적으로 신들을 위해 싸운다. 신장들은 시시콜콜한 인간사에 관여하는 게 아니라 신들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마귀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 더러 인간들을 위해 전투를 할 때도 있지만 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어지럽히는 경우에 한한다. 그 명분이 큰 만큼 신장들의 신분도 높고 각기 속한 조직이 있는 만큼 위세가 등등하다. 각 신장들의 이름도 용궁신장처럼 자신이 속한 조직 혹은 주신의 이름을 따서 붙이거나 맹인신장·검무신장·둔갑신장 등 고유한 특성들을 따서 붙인다. 이 신장들 밑에는 하위 장수들과 졸개들이 있다.

십이지신 [ 十二支神·] ― 십이신장(十二神將)·십이신왕(十二神王)

  불교에서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으로서 삼국시대 전후에는 '약사경(藥師經)'이라는 불경을 외우는 자를 수호한다. 따라서 약사경을 외우면 십이지신을 소환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십이지신은 원래 천상에서는 불교의 각 보살들로서 저마다 사연이나 사명을 띠고 짐승의 얼굴을 한 신령이 되어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에 도교적 사고가 결합된 해석에서는 각 열두 개로 나누어진 연월일시와 해당 방위를 지키는 신이며, 탄생년의 띠를 부여한다. 열두 신령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로서 각 이 동물머리를 한 용맹한 신장(神將)으로 묘사되고 이들이 쥔 무기와 복장들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오방신 [ 五方神·Fiver Direction Gods ] ― 오제·오방대장군

  4방위와 중앙을 지키는 신. 오방에 있는 모든 신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사방으로 들어오는 악귀를 물리친다 하여 곧잘 신장(神將)이라는 칭호를 붙인다.

  오방신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존재하는 신으로 동양의 음양오행설과도 관계가 깊다. 색깔·사신(四神)·계절·하루의 시간·신체의 장기 등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북쪽은 흑색·현무·물·겨울·21시부터 03시까지·심장, 남쪽은 붉은 색·주작·불·여름·09시부터 15시까지·폐, 동쪽은 푸른 색·청룡·나무·봄·03시부터 09시까지·비장, 서쪽은 흰색·백호·쇠·가을·15시부터 21시까지·신장, 중앙은 황색·황룡·흙·간 등이다. ― 워낙 오방신의 영역이 넓다 보니 이렇게 복잡한 신이 되어 버렸나 보다. 허나 부를 때는 간단히 색깔별로, 이를테면 흑제(黑帝)라 부른다. 오방신도 조직을 이루어 한쪽 방위의 신도 하나가 아닌 여럿으로 생각된다. 오방대장군이라 칭할 때 하늘의 방위를 담당하는 신을 일컬어 천하대장군이라 하고 지하의 오방을 담당하는 신은 지하대장군이라 한다. 마을 앞에 서 있는 장승도 실은 오방신의 신체(神體)인 셈이다.

   ☞ 오방신장과 오방대장군을 구분 짓는 경우도 있으나 그를 둘러싼 가설들이 워낙 분분하여 여기서는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옥황상제 [ God of Heaven ] ― 상제·천제·천주·하느님·한울님 등

  으뜸의 신. 하늘에 있고 우주만물을 만든 창조주. 모든 것을 지배하고 관장한다. ― 여기서는 도교적 자연발생설과 설화에 기원을 둔다.

  흔히 옥황상제의 일반적인 모습은 금지옥엽의 높고 화려한 관을 썼으며 이승의 것이 아닌 옷감으로 만든 옷, 그리고 몸과 얼굴에서는 빛이 나고 아리따운 선녀들이 시중을 드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그릴 수 없는 것처럼 옥황상제의 모습은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옥황상제는 인간과 매우 유사한 희로애락을 지니고 있으며 신들의 사회에 인간이 일방적으로 부여한 서열은 이따금 무관한 것 같다 ― 옥황상제가 금강산을 구경하다가 더운 나머지 옷을 벗고 멱을 감았다. 금강산신령이 이걸 보며 물 더러워진다 하여 옷을 가져가 버린 전설도 있다. 일단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면 하늘옷이 없으면 다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옥황상제도 마찬가지다. 설령 바위가 된다 한들 상관없다. 높은 신들은 자신의 화신(化身·Avatar)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 능력을 통해 옥황상제는 스스로 인간 세상에 내려와 두루두루 살핀다.

용신들 [ Dragon Gods ] ― 사해용왕신·용궁신·우물신 등

  물을 지배하는 신.

  용은 태음(太陰)을 상징하니 물을 지배하는 신을 일컬어 용신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해 '용'과 '용신'은 같지 않다. 용신은 용 중에서도 일정한 영역을 맡은 용의 화신들이며 격이 높다. 도와 수련에는 끝이 없다. 인간이 도를 닦아 신선이 되고 신선이 도를 닦아 신이 되듯 용도 수련을 계속해 일정한 경지를 넘어 용신이 된다. 각자 맡은 영역이 작더라도 영험함이 탁월해서인지 어지간해서는 다들 용왕신이라 불린다.

  용신들 중에서도 동해 서해 남해 북해의 4가지 큰 바다(大洋)을 지배하는 신들을 통틀어 '사해용왕신(四海龍王神)'이라고 한다. 이 사해용왕신들은 용신들 중에서도 왕이고 큰 용궁에 살고 있어 '용왕' 혹은 '용궁신'이라고 한다. 단연 용신들 중의 으뜸이자 우두머리라 치겠다. 용왕들은 보통은 천인(天人)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산신령이 호랑이로 둔갑하듯 용왕들은 용으로 둔갑하여 나타난다. 용왕들은 용궁에 많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있어 이들이 또한 용이니, 용왕의 명을 받고 나타나 임무를 수행하고 이들이 땅과 인접한 근해를 또한 다스린다.

  용신들의 조직은 체계화되어 있다. 비단 바다뿐만 아니라 강과 저수지·늪·폭포·시내·샘 등 지상에 있는 물의 신도 용신이라 한다. 가택신의 하나로 치는 우물신도 용신에 속한다. 바다의 용궁이 용신들의 중심인 수도라면 이 지상에 있는 물의 영역들은 용신들의 파견지라고 할 수 있다. 허나 모두 독립된 자치를 누리고 있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물을 다스리는 관리로 되지 못한 평범한 용들은 용신으로 불리지 않고 그냥 하늘에 머물러 있다. 용신들은 물에 관련된 모든 것을 관장하는데 그 중 폭풍과 고기잡이 그리고 농사와 식수에 필요한 비 내림 등이 주요한 지배권이다.

이십팔수 장군성 [ Twenty eight General God ]

  무속과 융합된 명리학에서 밤하늘 동서남북 4방위의 칠성신들을 일컫는다. 별의 정령으로서 육신의 형태로 나타난 적은 없다. 태양이 지나는 황도를 따라서 4×7는 28개의 장군성이 있게 된다. 태양의 궤적을 따라서인지 양기가 충만한 이 이십팔숙 장군성들은 악귀를 물리치는 힘이 아주 특별하다. 길을 가다가 귀신을 마주치거나 귀신들린 자에게 이 이십팔숙 장군들의 이름(名呼)을 줄줄이 말하면 사기와 악귀가 혼비백산하여 다 도망친다고 한다. 이렇듯 이십팔숙 장군성의 명호는 주문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반드시 외워둘 것 ― 각항저방심미기(角亢低房心尾箕)·두우여허위실벽(斗牛女虛危室壁)·규루위묘필지삼(奎蔞胃昴畢? 參)·정귀유성장익전(井鬼柳星張翼?

창부신 [ 倡夫神·Chang Bu Spirit ] ― 어릿광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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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에 노래나 춤, 기악 등 예능에 뛰어났던, '남자'가 죽어서 된 신령.

  비록 귀신이나 남을 즐겁게 해주는 일만 큼 공덕을 쌓는 일도 없으니 죽어서 신령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창부신은 재수를 좋게 해주며 점을 보게 해주는 신통력도 있다고 한다. 창부신을 모시는 무당은 가무에 능하다고 한다. 창부신은 남자라도 생전과 마찬가지로 꾸미길 좋아해서 화장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옷단장도 여간 신경을 쓰는 게 아니다. 광대나 소리꾼 등의 예능인들이 죽으면 이 창부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하리가망'은 순전히 여자창부가 된 귀신으로서 창부신과 달리 매우 간사하고 요사스럽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신령으로 치기에는 하는 짓이 사람을 홀리는 등 그 기질이 세속적이고 음탕하여 서열이 낮은 귀신으로 분류된다.

천둥과 번개신 [ Thunder & lightining Spirit ] ― 벽력신과 뇌공신

  자연신으로서 천둥과 번개의 정령.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는 귀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다. 뇌공신이 검은 구름 속에서 북을 두드리면 귀신들은 모두 도망을 치고 귀신들린 사람은 자지러지고 죄지은 나쁜 사람들도 가슴을 졸인다. 번개는 천둥보다 빨라 오기 전에 먼저 밤하늘을 밝게 하여 귀신들에게 경고를 해주지만 천둥의 북소리에도 도망가지 않는 잡귀가 있다면 가만두지 않는다. 번개의 정령이 순간적으로 발생시키는 엄청난 양(陽)의 기운은 하늘도 놀랄 만큼의 강한 파괴력을 지닌다. 찰나의 순간에 목표하는 음란하고 음습한 기운을 아예 증발시킨다. 이렇듯, 천둥과 번개의 정령이 함께 호흡을 맞추면 당할 악귀가 없다. 악귀들의 아지트인 나무귀신들은 이 두 파트너신의 주요한 퇴치대상이다. 벼락이 내리쳐 새까맣게 타버린 고목을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귀신과 신령들이 천둥번개처럼 싫어하는 것이 바로 '폭약'이다. 폭약은 천둥 같은 소리와 폭발하는 불꽃 등의 강력한 양기를 지니고 있다. 폭죽을 터뜨려 잡귀를 물리치는 것은 중국의 명절에서 흔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신령과 귀신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도 바로 화약시대, 석유 엔진 등의 폭발력을 이용한 과학문명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다.

칠성신 [ 七星神·Seven Star Spirit ] ― 칠원성군·철성여래

  밤하늘에 떠 있는 일곱 개 별의 신.

  민간과 무속뿐만 아니라 불가나 도가에서도 인기가 좋다. 원래 천신이자 자연신이나 가택신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칠성신은 모두 일곱 명으로 남자가 셋 여자가 넷 혹은 남자로만 일곱이라고도 한다. 신령들이 워낙 그 자태가 곱고 뛰어나 중성적인 면모가 많이 엿보여 사람들이 성별을 헷갈릴 수도 있겠다. 별의 각 이름들은 천추·천성·천기·천권·옥형·개양·요광이다. 불가에서는 칠원성군으로 대신 해 부르기도 하는데 4방위 중 북두칠성을 최고로 친다. 탐랑·거문·녹존·문곡·염정·제육·무곡이다. 여하튼 일곱 별의 신이 모여 다양한 영역을 관장하니 수명이든 재복이든 아기점지든 시험통과든 사람의 소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이 칠성신에게 빈다. 우선 정화수를 떠놓는다. 밤하늘에 뜬 칠성신이 좌정해 앉은 정화수의 수면을 바라보며 두 손을 비비며 소원을 빈다.

해랑신 [ 海娘神·Hae Lang ]

  해랑신은 한반도 동해의 여신이지만, 용왕과 달리 바다를 지키는 게 아니라 바다를 통해서 재앙을 일으킨다. 나쁜 짓이 개인에게 저지르는 해코지를 넘어 재앙의 수준에 이른다면 아무리 나쁜 귀신이라도 신처럼 모셔진다. 이러한 점에서 해랑신은 호구별상과 같은 예라고 하겠다. 풍랑을 몰고 온다든지 그물을 찢어놓는다든지 고기가 오랫동안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다든지 바닷길을 잃어 표류한다든지 하는 동해에서 일어나는 재앙을 이 해랑신이 일으킨다고 한다.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가? 이 감정 예민한 여신은 원래 아리따운 처자였는데 사랑하는 남자를 바다 때문에 잃고 자기도 죽었다. 즉 해랑신은 처녀귀신이 신령으로 화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랑신을 시집 보내기 위해서 매년 나무로 남성 성기모양을 깎아다가 바쳤다. 해랑신을 모신 집에는 어느덧 남성의 성기가 주렁주렁 가득 차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왕 화끈하게 마무리짓자고 부근의 남성신과 결혼을 시켰다. 그 뒤로는 남자 성기를 깎아다 바치면 도리어 혼이 난다고 한다.  

호구별성 [ 戶口別星·Hogu Byel Sang ] ― 호구별상·별상마마·두신(痘神)·강남서신(江南西神)·큰마마·손님마마·홍진국대별상 서신국(西神國)마누라 등

  마마(마마) 즉, 천연두를 몰고 오는 역병신 중 하나가 호구별성이다. 옛날에는 약이 없었으므로 이 호구별성이 침범하면 죽든지 곰보가 된다. 처용신화에서 그의 아내를 범한 것 즉, 곰보가 되게 한 것도 이 호구별성이다. 처용이 곰보가 된 아내를 용서하자 처용에 굴복하고 처용의 앞에는 얼씬도 안 할 것을 약속했다. 그래서 호구별상이 나타나면 처용의 얼굴을 흉내내 만든 탈을 들이대면 도망간다. 왜 그런 못된 질병을 일으키는 마귀와 같은 신을 신령이라 하는 걸까. 이 신은 별다른 미의식을 가지고 또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기의 맘에 드는 사람한테 특별히 곰보자국을 내리는 것일 지도, 정말 그렇다면 곰보자국은 호구별성식의 성형수술이나 미용문신이랄까 아니면 그와 관계를 치렀다는 정표인지도 모른다.

사신(四神) → 「영수와 요괴」편 참조

<참고> 환인(桓因·Hwan In)과 환웅(桓雄·Hwan Woong)

  환인은 하늘의 천제(天帝). 즉 창조주이며 유일신인 하늘님을 뜻한다. 이 신의 아들이 환웅으로서 그 지위를 나타내는 천부인(天符印) 세 개와 따르는 꽃 같은 무리 3000을 데리고 지상에 내려온다. 태백산 성스러운 박달나무 아래 터를 잡고 그곳에 '신의 도시(神市)'를 세운다. 환웅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 아직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를 따르는 세 도사가 있는데 바람의 풍백, 구름의 운사, 비의 우사이다. 세 선사와 함께 사람들에게 여러 법도를 세우고 가르친다. 내공을 쌓고 환약을 먹어 신선이 된 환웅과 마늘을 먹고 부정을 씻어 인간으로 화한 웅녀는 서로 결혼한다.  

<참고> 단군 왕검 [ 檀君王儉·Dan Gun Wang Gum ] ― 단군신·단군천왕

  환웅의 아들로서 한민족의 시조이자 신인(神人)이다. 당시 나라는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단군은 이를 무력이 아닌 교화의 덕으로 하나로 통합한다. 아사달에서 처음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쓴다. ―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단군신은 이 왕검에 한하며《桓檀高記〉中 '단군세기' 편에 따른다. 천제(天帝) 즉, 환인(桓因)의 대리인으로 내려온 왕검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영적인 것을 다스렸다. 환웅에게 세 선인이 있었던 것처럼 그에게도 좋은 신하들이 있어, 땅을 다스리는 팽우(彭虞), 활과 화살의 성조(成造), 농사의 고시(高矢), 글자를 만드는 신지(臣智), 의학의 기성(奇省), 호적관리에 나을(那乙), 점술에 희(羲), 군대를 담당하는 우(尤), 단군의 아내가 되는 하백녀(河伯女)도 누에치는 일을 한다 ― 이들 중 몇몇도 훗날 신들의 탄생 및 역사와 관계되어 가히 신격(神格)으로 다룰 만하다. 130세 천수를 누린 후에 죽어 단군신의 원조로 추앙된다.

▣ 한국환상사전 ③ 요수 편

III. 한국의 요수들

영적인 능력을 지닌 동물들

  요수나 영수(靈獸) 혹은 '동물귀'라 불리는 것들은 정령이나 신이 둔갑하여 육체를 지닌 것이 아니라 날 때부터 분명한 육체를 지닌, 엄연한 생물이라는 점에서 귀신이나 신령과 구분된다.

  요수들 중에는 평범한 동물이 오래 살거나 사물이 오래 묶어 신령에 가까운 능력이 생긴 화생형(進化形)인 경우와, 원래 그렇게 탄생하여 된 탄생형(誕生形)이 있다. 탄생형 괴물의 경우 고유한 생물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종족(種族)을 이룰 수도 있는데 오크(orc)나 오거(orger) 등 서양의 판타지에서 주로 등장하며 우리에게는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이 밖에도 술법으로 태어난 둔갑형(遁甲形)이 있다.

  여우 곰 호랑이 지네 뱀 등에서 파생된 우리네 화생형 괴물들은 오랜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한 개체 안에서 영적인 진화를 거쳐서 된 것들이며 인간이 심신의 도를 닦는 것과 비견될 수 있다. 특히 수련에 따른 '업그레이드(upgrade)' 과정을 거쳐서 신령의 단계까지 오를 수 있으며 온갖 기적과 조화를 부리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사상적 바탕은 사람보다 오래 사는 생명들은 아무리 미물일지라도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근본이 도리를 따지는 인간이 아닌지라, 짐승의 본성에 그 수련과정이 타락되기 쉬워 각종 해악을 끼치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이나 다른 신령에게 퇴치 당하는 경우가 많다.  

여우요괴들 ― 구미호(九尾狐)·불여우·백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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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화생형인 여우요괴들은 이 백년이라는 영적인 나이부터 본격적인 조화를 부리기 시작한다. 백여우는 흰여우라는 뜻으로 불리지만 환상세계에서는 '백년을 묶은' 여우라는 뜻도 있다. '미녀'의 수준으로 둔갑할 수 있는 것도 이 전후부터이다. 미녀로 변신한 백여우는 인간의 남성과 육체적인 관계도, 심지어 결혼까지 할 수 있으나 완전한 인간은 아니다. 대개는 인간 남자의 간을 쏙 빼먹고 차버리는 경우가 많으나 아주 드물게는 사랑에도 빠져서 낭군을 위해 자기 '꼬리'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는 열녀형도 있다. 여우요괴의 꼬리는 매우 강력한 주술적인 힘이 있다.

  불여우는 능력이 보통의 여우요괴보다는 뛰어나지만 구미호에는 못 미치는 여우요괴 중 중간서열의 부류다. 영적인 나이는 5백년 내외다. 특기는 절세가인의 미녀로 둔갑하는 것으로 인간, 특히 남성을 홀리는 요괴처럼 알려져 있고 매우 정열적이며 때로는 세속적이기까지 하다. 원래 여우요괴는 백여우(白狐)가 대부분인데 불여우의 부류는 인간에게 많은 배신을 당한 끝에 불처럼 빨간 털을 지니게 됐다고 한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인간을 해치고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도 강하다. 인간으로 둔갑했을 때 성적인 매력은 구미호보다 더욱 뛰어날 수도 있는데 이런 미모로 젊은 남자들을 홀려 어김없이 간을 뽑아 먹는다.

  구미호는 꼬리 아홉 달리고 천년 묶은 여우요괴이다. 지상의 화생형이 아니라 원래부터 천계(天界)의 요괴라는 설도 있다. 여우가 구미호가 되기 위해서는 천년을 살아야 된다는 얘기는 그만큼 도력을 많이 축적해야 다다를 수 있는 경지를 빗대서 붙은 말이다. 신통력을 지닌 여우의 꼬리는 온갖 조화를 부리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꼬리가 아홉이므로 그 능력이 서열 높은 신령의 것과 맞먹는다고 하겠고 구미호라면 천상계로 오르는 것이 가능하여 엄연히 신령의 반열에 오른다. 우리의 구미호는 인간세계에 머물러 인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여우가 얼마나 오래 도를 닦았는지에 따라 둔갑술을 부려 인간으로 변할 수도 있고 온갖 조화를 부릴 수도 있다.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있듯이 구미호는 입에 여우구슬을 지니고 있다. 이 구슬 안에 인간의 정기를 가득 채워야 그것으로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여우구슬은 구미호가 인간의 간을 빼먹는 다른 여우요괴와의 그 수준이 다름을 보여준다 하겠다.

녹두군사 [ Mung Beans Soldi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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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갑형 요괴. 녹두군사는 술법을 부리는 자가 녹두에게 술수를 건 뒤, 무덤이나 밭에 뿌리면 생긴다. 공격대상으로 정해진 자나 무리가 나타나면 인간과 유사한 형상의 군사의 모습으로 자라나서 즉각 전투를 벌이게 되어 있다. 술법으로 정해진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싸우는 특성이 있으며 더러는 원귀가 된 자의 분신들일 수도 있다. 녹두군사는 자생적으로 갑주로 무장하고 각종 무기를 갖추며 타고난 전술과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군대와 다름없어서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그 특성이 인간과 유사하고 스스로는 술법을 부리지 못하고 물리력만 행사할 뿐이라 각종 술법이 통한다. '아기장수 설화'에서는 이성계가 보낸 군대와 싸워 전멸했다고 전해진다.

닷발괴물 [ Datt B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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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연변이 탄생형 요수. 흔히 주둥이가 닷발 꽁지가 닷발로 알려진 괴물. 악어 혹은 오리너구리와 흡사한 얼굴. 저승의 요수라는 설도 있다. 크기는 커다란 돼지만 하고 지능이 높은 편은 아니나 인간처럼 두 다리로 서고 말도 한다. 사는 곳이 물 속이며 인간처럼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단지 생긴 게 별스럽고 하는 짓이 난폭하여 평범한 괴물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간혹 민가로 올라와 사람을 해친다. 술법이나 상서로운 조화를 부리는 영적인 능력이 없다고 추정되어 요괴들의 서열 중에서는 낮은 편으로 본다. 옛 이야기 속에는 이 닷발괴물 때문에 엄마를 잃고 그 복수를 떠나는 소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괴물의 집으로 잠입한 소년은 지혜로서 놈을 커다란 솥에다 유인해 닫고서는 그대로 불을 지펴 죽였다고 한다.

구렁덩덩 서선비 [ Gurung Dung Dung Mr. Su ] ― 뱀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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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생형 요괴로서 인간으로 둔갑하여 살아간다. 옛날, 노부부의 간절한 바램으로 늦동이가 태어났는데 끔찍하게도 구렁이 새끼였다. 착하고 자비로운 부부는 이를 친자식으로 여기고 인간과 다름없이 키우는데, 이 뱀은 자라서 이웃집의 셋째 딸과 결혼하기를 원한다. 이웃집 셋째 딸은 취향이 별나서인지 이 뱀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서선비는 뱀의 허물을 벗고 인간으로 둔갑한다. 그는 원래 인간의 도를 알고 머리가 총명하였고 둔갑 후에 준수한 선비로 살아서 과거까지 본다. 그러나 부인은 언니들의 꾀임으로 그만 뱀의 허물을 불태우는 실수를 범하여 서선비는 저승으로 간다. 부인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남편을 찾기 위해 저승까지 가서 설득해 데려온다. 이 설화처럼, 이승에서는 요괴의 모습이나 선량하고 언행이 학문과 덕을 잘 닦은 선비와 다름이 없으며 실체는 저승세계의 한 신령으로 짐작된다.

김녕 굴구렁이 [ 金寧蛇·Kim Nyung Cave Sna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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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천연굴에 살던 초대형 구렁이. 이무기와 유사하며 길이는 수십 미터, 몸통 둘레는 거대한 아름드리 만하고 입은 소를 한입에 삼킬 정도로 크다. 동굴에 살면서 이따금 민가로 내려와 논과 밭작물을 망쳐놓거나 바다로 들어가 어선을 전복시키고 바다물길을 어지럽혀 풍랑을 일으키는 짓을 한다. 사람들은 이 요괴의 해코지를 막기 위해 제를 올리고 앳된 처녀를 바쳤다. 제주의 판관으로 부임한 '서린'이라는 용감한 자가 마을 사람들이 제사로 이 구렁이 요괴를 유인할 때 칼로 찔러 해치웠다고 전해진다.

꽝철이 [ Kkwang Chul Yee ] ― 깡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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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날며 가뭄을 일으키는 성질 화끈한(?) 이무기 요괴로서 경상도에서 출몰. 여의주가 없어도 하늘을 날 수 있으며 화신(火神)적 요괴이다. 꽝철이가 활동하면 불처럼 뜨거운 가스가 몸 전체에서 발산되어 하늘의 구름이 증발되고 땅이 메마르게 된다. 이러한 특징은 수신(水神)으로 항상 비와 구름 안개 등을 몰고 다니는 용의 특성과 반대되며 용이 되지 못했어도 물을 힘의 근원으로 삼는 여느 이무기와 다른 점이다.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한 원망으로 뜨겁고 매우 건조한 기운을 몰고 다니는 요괴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거나, 특별난 뱀과의 동물이 용이 되려 수련하다가 요괴가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꽝철이는 못된 용으로도 통하여 서구 판타지에 등장하는 악마적 성향의 붉은 드래곤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달두꺼비 [ Moon To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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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끼와 함께 달에 사는 영수(靈獸). 민간이 아닌 신선사상에서 비롯된 영물로 짐작되며, 원래는 중국에서 전래되어 고구려의 벽화 등에 달에 사는 두꺼비로서 묘사된 것이다. 달두꺼비는 삼족오처럼 중국 및 일본 신화에서도 두루 등장한다. 달두꺼비는 인간나라와 달나라를 단 한 번의 점프로 오갈 수 있다. 옥토끼가 선단을 짓느라 하루종일 바쁘지만 이 달두꺼비는 하릴없으며 또 옥토끼와 달리 짝이 없이 늘 외롭다. 보름달 뜨는 밤이면 인간세계에 내려와 보통의 두꺼비와 개구리 등과 어울려 놀다가 새벽이 되면 다시 달나라로 올라간다.

동자삼 [ Ginseng Bo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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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괴수로서 벌거벗은 아이의 형상. 옛날에는 불씨가 귀해 몇 대에 걸쳐서도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는데 이런 집안에는 동자삼이 들어와 오줌으로 불씨를 꺼뜨린다고 한다. 동자삼은 산삼이 오래 묶어 인간의 아이처럼 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나 감쪽같이 인간아이 행세를 하여 민가에서 거두어져 아이로 키워지기도 하고 더러는 여인의 뱃속에 잉태하여 세상에 나오기도 한다. 노모가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을 때 동자삼인 자신의 아이를 삶아서 먹인다는 다소 끔찍한 효성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때로는 스스로 알아서 삶은 물이 팔팔 끓는 가마솥에 뛰어들어 인간의 약이 되는 고귀한 희생정신을 보여주기도 하니 근본이 악하지 않는 식물괴수이나 지능이 높지 않고 오래된 사물에 생겨나는 정령귀처럼 자폐적이며 단순한 행동방식을 보인다.

뱀승려 [ Snake Mo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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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여자를 둔 중이 죽으면 욕정에 미련이 남아 그 혼백이 뱀이 된다. 뱀승려는 항아리 같은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여자의 잠자리로 들어가 희롱하는데 그 하는 짓이  음탕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여자를 잠자리의 행위로 희롱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코지는 없으며 사람의 도리를 알고 있어 인격이나 도력이 높은 자가 와서 꾸짖으면 창피함을 알고 숨어버린다. 이 뱀승려는 원래 저승으로 가야 할 것이 가지 못한 것이므로 관속으로 유인해서 뚜껑을 닫은 후에 장례를 잘 치러 그 넋을 위로해주고 관을 물 속에 수장시키면 사라진다고 한다.

백호 [ 白虎·White Tiger ]

  한국적 판타지 세계의 백호는 잉어나 이무기가 용으로, 여우가 구미호가 되듯이 호랑이가 오랜 세월 동안 영적인 나이를 먹으면 백호가 되는 화생설의 관점으로 봄이 타당하다. 즉 원래 흰 색으로 태어난 것도 포함하지만 영적으로 백년 이상 나이를 먹어서 수련을 통해서 된 것이 바로 백호라고 할 수 있다. 백호는 산신령을 호위하기도 하고 백호가 산신령으로 신성시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평범한 호랑이나 표범이나 흑호 따위도 될 수 있다. 백호는 풍우의 조화는 부리지 않으나 인간으로도 둔갑할 수 있으며 모든 백수의 제왕으로서 용맹함과 가공할 물리적 힘을 지니며 귀신을 퇴치하는 위엄을 지닌다.

봉황 [ 鳳凰·Bong Hwang ] ― 주작(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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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왕과 함께 태어난다는 새들의 영장. 닭과 닮은 용, 즉 계룡(鷄龍)이라 하는 것이 봉황이라 오인되기도 한다. 봉황의 생김은 시대와 지역마다 다르나 부리는 닭, 머리는 뱀, 턱은 제비, 등은 거북, 꼬리는 물고기와 닮았다고 한다. 봉황은 짝을 이루어 살며 수컷을 봉, 암컷을 황이다. 봉황은 원래 고대 중국에 등장하던 것이며 왕이나 영웅을 상징하는 영물이다. 조화를 부리거나 특별한 능력을 보인 적은 없으나 상서로운 기운을 타고난 것이다.

  보통의 봉황과 달리 붉은 봉황을 주작(朱雀)이라 한다. 보통의 봉황이 조화를 부리지는 못하고 단지 상서로운 짐승에 불과하다면, 주작은 사신(四神) 중 하나로서 신령의 위치에 있다. 주작은 남쪽의 방위를 지키고 강한 양기(陽氣)를 타고나 '불새' ― 서양의 불사조와는 다르다 ― 라고 불린다. 나쁜 머리를 가리켜 흔히 새머리라 하지만 주작은 대단히 똑똑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주관하는 신령이다.

불가사리 [ Bulgasa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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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 사는 불가사리가 아니다). 곰의 몸, 코끼리의 코, 물소의 눈, 소의 꼬리, 범의 다리를 가지고 주식은 무쇠이며 구리나 대나무도 먹는다. 세상에 처음 날 때는 엄지손가락만 하다. 바늘로 시작했다가 식칼이나 놋쇠화로 등 철을 씹어먹으며 점점 자라서 나중에는 산만한 거대요괴가 된다. 두 다리로 엉거주춤 서고 손을 인간처럼 부릴 수 있는데 빨리 달리면 네 발로 달린다. 피부는 무쇠털로 덮여있어 창이나 칼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는다. 성벽 하나는 한방에 부술 정도로 힘이 장사다. 음허한 다른 요괴와 달리 양기(陽氣)가 매우 충만하여 특히 꿈속의 귀신들을 물리치는 능력이 있다. 난폭하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천성은 순박하고 정의롭다. 불가사리의 약점은 불이다. 기름으로 팔팔 기운이 돋은 불길은 쇳물처럼 불가사리를 녹여 없앨 수 있다.

세발 까마귀 [ 三足烏·Three Leg Crow ] ― 삼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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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발 까마귀는 태양에서 살고 있다고 하며 이름대로 다리가 세 개이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서 동북아 지역에서 두루 등장하는 고대 동이족의 영물이다. 봉황의 시조라는 설도 있는 만큼 서민적이기보다는 귀족적인 특성이다. 그 모습도 보통의 까마귀보다는 공작이나 봉황에 가깝도록 우아한데 다만 깃털이 칠흑처럼 검다. 원래는 화려한 색조의 깃털을 자랑했으나 태양에 살고 있기 때문에 까맣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발 까마귀는 천신과 인간 사이의 전령역할을 하며 지상에 내려온 천제(天帝)의 아들을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고구려에서는 국가적 상징물로 전쟁이나 행사 때에 깃발의 문양으로 사용하고 고분벽화에도 많이 묘사되어 있다.

삼충 [ 三蟲·Sam Chung ] ― 삼지충

  세 마리가 한 쌍으로서 인간의 단전 세 곳에 기생하여 살면서 인간 숙주의 감각·사고·감정의 세 가지 주요정보를 읽고 저장하며 사람의 정기를 취하며 살아간다. 삼충은 신들이 인간들에게 감염시킨 선계의 기생충으로서 스파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이 삼충의 숙주가 되며 뱃속에 잉태한 아이들은 이 기생충의 알에 전염된다. 삼충은 일정한 때가 오면 사람이 잠든 사이 몸밖으로 나온다. 그것은 마치 혼백이 몸을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 하늘에 오른 삼충은 숙주로 삼은 자의 그간 행적을 천제(天帝)에 고해 바치고 수집해온 증거를 내민다. 이것을 통해 천제는 사람의 잘잘못을 가려 명부에서 그 수명을 단축한다. 따라서 삼충이 하늘에 오르는 특정한 날에 잠을 자지 않으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풍습을 낳게 했다. 거름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법인지라 이 때를 가려 잠을 자지 않기를 수 차례하고 기를 운행하여 단전을 뚫고 음식을 가리고 각종 약을 이용하면 박멸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도교 신선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나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이 삼충을 피하기 위한 기간이 실제로 있었다고 전해진다.

  ☞ 동서양 신화적 상징의 집합체인 영화 <매트릭스> 1편에서, 스미스 요원에 의해서 네오의 속에서 기생하게 된 기계충은 이 삼충에서 힌트를 얻은 것. 네오의 몸에서 기계충이 들어간 곳은 배꼽으로서 감독이 '단전'을 배꼽 부근으로 해석했음을 알 수 있다.

아기장수 [ Baby Warrior ]

  그는 태어나서 얼마 안 있어 인간의 도리를 알고 머리가 뛰어났으며 어깨죽지의 날개로 훨훨 날아다니고 힘도 셌다. 따라서 기골이 장대한 성년이 아닐 때 유명해져서 아기장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아기장수는 지리산 신령들과 인간세상의 개혁세력이 모의하여 온갖 비술로 만들어냈다는 설도 있다. 나라를 뒤엎을 운명을 두려워한 그의 부모가 돌로 눌려 죽였다. 아기장수가 유언으로 콩과 팥을 묻어달라 해서 부모가 그렇게 했는데 이성계가 보낸 관군이 나타나자 말과 병사로 변하여 싸우다가 모두 죽었다고 한다. 어느 지방에서는 아기장수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등 비극적인 결말을 뒤엎을 여지는 있다.

영노 [ Young No ] ― 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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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기과의 돌연변이 요괴. 휘파람 소리를 낸다 하여 '비비'라고도 한다. 얼굴과 몸은 용과 비슷하여 머리에 뭉툭하고 짧은 뿔이 나 있고 푸른색의 비늘을 지니고 있는데 용과 달리 팔과 다리가 없다. 이무기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요괴로 알려진 반면 영노의 평판은 요괴로 알려져 있음에도 그리 나쁘지 않다. 생김이 용과 이무기의 중간형으로서 하늘에 살고 있으며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는 요괴로 유명하다. 산이든 바위든 쇳덩어리든 인간이든 가리지 않는다. 특히 민간에는 못된 양반들이나 탐관오리를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용의 습성이 귀족적이라면, 영노는 서민적인 습성의 영물이라 하겠다.

용 [ 龍·Ryong ] ―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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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류나 이무기에서 화생된 영수(靈獸). '미르'라는 것은 우리 고유의 용을 나타내는 말이며 서양의 드래곤과는 생김이나 습성이 차이점을 보인다. 그 종류는 어룡, 닭의 모습과 유사한 계룡, 색깔에 따른 흑룡 백룡 청룡 적룡 황룡 등, 특기에 따라서는 독룡 명룡 화룡 등이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용은 동물귀신 중에서는 그 어떤 것도 따를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 평균적인 생김은 크고 긴 몸통에 비늘이 덮여 있으며 팔다리를 가지고 있다.

  여우에게 여우구슬이 있다면 용에게는 여의주가 있어 신령함의 상징이 된다. 용이 부리는 조화는 물과 관계된 것으로 용이 물에서 하늘로 승천할 때는 언제나 상서로운 구름과 안개가 피어나 그 모습을 가리고 있으며 용이 하늘을 날 때는 바람과 구름을 동반하여 비를 내리게 한다. 그 울음소리는 우레와 같다. 용은 하늘과 물을 그 터전으로 하는데 산신령에게 백호가 따르는 것처럼 용신에게는 그 용들이 따른다. 모든 용들이 다 수신(水神)이나 신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나라 화생설에서는 이무기에서 비롯된 용이 대다수나 고대로 올라갈수록 잉어나 자라, 우렁이 등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 청룡 [ 靑龍·Chung Ryong ]

  사신(四神) 중 방위상으로는 동쪽이다. 청룡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문화권에 널리 퍼져있다.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나있고 비늘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푸른색을 띠며 팔다리와 같은 역할을 할 정도로 사지(四肢)가 발달해 있다. 동방의 수호신으로서 군의 깃발에는 청룡이 빠지지 않았다. 푸른색이 진할 경우 '흑룡'이라 불리기도 한다. 청룡은 그 진취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으로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황룡과 대적하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우리의 민간에서는 백룡과 흑룡의 대치로도 다뤄진다. 청룡은 용 특유의 수신(水神)과 수호신의 특성과 함께, 외세에 대한 저항과 투쟁, 새로운 질서와 권력을 세우고자 하는 영웅, 희망과 봄을 상징해 진취적인 기운을 북돋우고 자손의 번창 등을 가져온다. 백제의 무왕의 화신도 이 청룡이다. 이십팔수 중 각(角)·항(亢)·저()·방(方)·심(心)·미(尾)·기(箕)를 일컫기도 하고 풍수지리설 중 좌청룡이라 하여 좌측의 뼈대를 이루는 산맥을 일컫기도 한다.

※《삼국유사》에는 용의 새끼인 교룡이 소개된다. 신라의 승려이자 술법가 혜통(惠通)이 당나라 공주에 붙은 병마 교룡 즉 용의 새끼를 쫓았는데 이에 원한을 품은 교룡이 혜통을 원망하여 신라에 가서 많은 인명을 해쳤다. 당나라에 간 정공(鄭恭)이 혜통에게 이 사실을 고하고 혜통은 귀국하여 교룡을 쫓아버렸다. 교룡은 정공을 원망하여 버드나무로 변해서 정공의 집 앞에서 자랐다. 용이 버드나무로 변하는 것은 거타지 설화에서도 등장한다.

옥토끼 [ Moon Rabbit ] ― 달토끼

  달에 살고 있는 동물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등장한다. 옥토끼는 암수 한 쌍으로서 사람처럼 직립하여 손을 사용한다. 절구공이를 들고 뭔가를 연신 찧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곡식을 찧은 일반의 절구공이가 아니라 약초를 짓이겨 선단으로 만들기 위한 약절구이다. 옥토끼가 만들고 있는 것은 무병과 불로장생을 누릴 수 있는 '선단(仙丹)'이다. 이처럼 옥토끼가 달에서 선단을 만드는 것은 신과 신선들이 지상의 사람들의 욕망이 미치지 않는 곳에 선단제조를 하기 위함이다. 신과 신선들은 모든 사람이 불로장생한다면 생명의 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에 달에 옥토끼 한 쌍을 파견해 선단을 제조하게 하였다. 옥토끼들은 교대로 혹은 같이 쉬지 않고 선단을 제조하고 인간세계로 내려오지는 않는다.

우렁각시 [ Miss. Freshwater Sn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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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큰 조화를 부리지는 않으나 뛰어난 손재주를 지니고 있으며 색정을 띠지 않는다. 동글동글 예쁘장한 얼굴과 아담하고 통통한 체구의 미인형이다. 그 천성 또한 착하고 온순하며 행실도 바르다. 우렁이나 잉어가 인간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는 흔한 것이다. 바다처럼 큰물의 용왕 일가들의 실체는 주로 용이고, 호수 개천이나 연못 등 작은 민물에 살고 있는 용왕의 일가는 잉어나 우렁이의 모습이다. 이 민물용왕의 일가 중 어떠한 사유든 인간세상을 동경하는 자가 생길 수도 있으리라. 이야기 속의 우렁각시는 선량한 총각어부의 손에 거둬져 물독에 살게 된다. 어부가 일 나간 사이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밥도 차리고 빨래도 하는 등 보답을 하다가 혼인까지 하게 되는데 자식도 낳아 잘 산다.

용마 [ 龍馬·Ryong Ma ] ― 천마(天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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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팔괘(八卦)를 등에 얹고 땅속에서 나왔다는 준마. 우리나라에서는 해모수가 용마가 끄는 마차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전해지는데 이처럼 뛰어나게 잘 달리는 말을 일컫기도 한다. 용마는 골격이 크고 용모가 준수하고 힘이 황소보다 세고 호랑이만큼 용맹하며 화살보다 빠르다. 용마는 보통 그 수가 천(千)이 넘는 야생마 무리의 우두머리이거나 홀로 들판을 누빈다. 절벽과 절벽 사이를 단 번에 넘으며 가파른 산을 탈 때는 산양과 같다. 들판을 달릴 때는 흡사 나는 것처럼 보이고 한 무리의 야생마가 달리듯 패기가 넘친다. 보통 사람이 길들이려 한다면 발굽으로 차고 물어뜯어 죽이는 경우도 있다. 용마는 영웅을 알아보고 그 손에만 길들여진다고 한다. 일단 주인으로 섬긴 자에게는 끝까지 충성을 다하며 배신하지 않는다.

이무기 [ Lee Moo Gi ] ― 이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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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이 되기 위한 과도기적 요괴. 혹은 용이 되려다 실패하여 타락한 요괴. 우리나라에서는 용보다 이무기가 더 유명세를 탄다. 이무기는 커다란 구렁이와 같은 모습이지만 각종 술법과 둔갑을 부릴 수 있다. 화생설에 의하면 용으로 수련하는 과정의 중간체이거나 용이 되지 못한 채 이무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요괴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인간에게 이로운 일도 하는데 민간에 알려진 이무기들은 대개 후자의 '못된 이무기'이다. 타락한 이무기는 용이 되지 못한 한으로 인간에게 여러 가지 분풀이를 하고 민가의 가축 더러는 인간도 잡아먹으며 물과 관련된 크고 작은 재앙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개 인간이 먼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사는 방식을 훼방하지 않으면 음허한 산 속의 못이나 계곡에 조용히 숨어산다. 이무기는 여우 못지 않게 각종 둔갑에도 능하여 종종 사람으로 변신하는데 인간이 되고자 하는 콤플렉스와는 무관하다. 도리어 인간을 먹이감이나 멸시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인두조수 [ 人頭鳥獸·Man Face Anima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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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두조수(人頭鳥獸)란 사람의 머리를 한 요괴들을 일컫는다. 디들 중 서열이 높은 것은 새의 몸을 한 것으로 이승과 저승을 두루 날아다니며 신령들의 사자 혹은 영혼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대개 사람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지혜롭다. 그 모습도 선비처럼 관이나 상투를 쓰는 등의 고상한 머리장식을 하고 있다. 새의 몸을 한 것 말고도 뱀 혹은 사슴 등의 네발짐승의 몸을 한 것, 머리와 꼬리에 머리가 둘 달린 쌍두(雙頭)의 것도 있다. 이들의 고기를 먹으면 오래 살거나 머리가 좋아지거나 빨리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얼굴을 한 요괴나 영물은 범세계적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잘 나타나 있으며 그 종류도 천추, 만세, 성성, 하조, 서조 등 다양하다. 이것들의 대부분은 중국의 고대 환상동물백과로 알려진《산해경(山海經)에도 소개된 괴수들이다.

현무 [ 玄武·Hyun M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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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와 꼬리는 뱀과 같고 등은 거북과 같으며 색깔이 검다. 북쪽 방위를 지키며 벽사(壁邪: 악한 것, 귀신을 막는)의 능력에 있어서는 사신(四神)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그것은 강력한 양기로 귀신에게 맞서기 때문이 아니라 음한 기운이 가장 강해서 모든 귀신들을 아래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원에 가까운 장수를 누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무는 뱀의 머리로 독의 기운을 내뿜고 칼과 방패를 잘 다루며 몸은 갑옷과 같은 껍질에 둘러싸여 어떠한 무기로도 뚫을 수 없다. 또한 성격이 차디찰 정도로 냉정하여 각종 심판을 담당하기도 하는데, 주된 임무는 귀신들이 이승에 나오지 못하게 차원의 문을 막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옛 사람들은 현무를 방어적 특성을 지닌 군신(軍神)이라고도 하였으며 나라를 지키는 각종 병기에는 현무처럼 검은 칠을 하여 행운을 빌었다. 또 특기할 만한 것은 현무가 암수한몸이라는 사실이다.

  ☞ 용이나 현무, 봉황 등과 같은 동물형 요수들은 원시시대의 공룡들, 혹은 지금은 다른 대륙의 생물이나 한때 붙어있던 대륙의 생물들의 모습과 특징이 구전되면서 와전 과전된 경우로 짐작된다.

황충 [ 蝗蟲·Hwang Chung ] ―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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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떼로 몰려다니는 곤충과의 요수. 황충은 지금도 존재한다. 개체가 요괴라고 할 수 없으나 엄청난 수로 몰려다니며 대재앙과 버금가고 요괴를 능가하는 파괴와 살상을 벌인다. 메뚜기와 비슷하고 크기는 손가락 하나만하다. 대륙의 평원에 많이 나타나나 오목조목 산과 들 강이 아기자기 모여있는 우리 땅에도 침범한 기록이 심심찮게 전해져 내려온다. 그 공통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로 사방의 하늘을 온통 새까맣게 메우고 농작물과 풀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는 것이다. 더러는 가축과 인간들을 해치기도 한다. 황충이 지나간 자리는 풀 한포기 남지 않고 황폐화되니 큰 가뭄이 닥친 것과 같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 엄청난 곤충의 떼가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는다.

해태 [ 海苔·Haetae ] ― 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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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는 동북아 변방에 있다고 알려진 것으로 사자와 흡사한 외모인데 머리 가운데 긴 뿔이 달려있다고 하나, 우리나라 궁궐의 조각상이나 의복, 혹은 민화에 묘사된 것은 보다 희화되고 단순화된 것으로서 뿔은 사슴의 것과 유사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또 붉은 뿔이 머리뿐만 아니라 등줄기를 따라 복잡하게 나있으며 표범처럼 점박이 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두 눈은 부엉이 만한데 인간이 보지 못하는 심안을 지니니 네 개의 눈을 가진 것도 있다. 이빨은 대단히 날카롭고 크며 발톱 또한 마찬가지다. 해태는 야성을 지니고 있지만 변별력이 뛰어나 시시비비를 인간보다 더욱 명확히 가를 수 있다. 불의를 저지른 인간을 발견하면 그대로 돌진해 뿔로 받거나 물어버린다. 물가에서 살며 화재를 막고 불을 먹는다고도 한다.

<참고> 기린 [ 麒麟·Kirin ]

  중국에 기원을 두며 우리 나라에도 알려진 영수(靈獸). 수컷은 기, 암컷은 린. 성왕의 탄생과 더불에 세상에 나는 짐승. 살생을 하지 않고 먹지도 않는다는 백수의 영장. 힘이 세거나 용맹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부처처럼 자비롭다. 목소리는 낭랑한 종소리를 낸다고 한다. 몸통은 사슴 같고 꼬리는 소와 같으며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털의 빛깔은 오색이라 매우 현란하다. 얼굴을 보면 용과 유사한데 뿔이 있다. 기린아(麒麟兒)라는 말처럼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나 영웅 등의 탄생과 함께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벽화 이후에는 거의 볼수가 없다. 실로 고구려 벽화들에서는 기린, 인두조수류와 같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요수들과 각종 신과 신령들이 많이 등장한다. 고구려를 통해 후대에 중국의 요수들이 다수 우리나라에 일려지거나 고유의 것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