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여자 고등학교 투신 - gyeong-an-yeoja godeunghaggyo tusin

[안동=안동인터넷뉴스] 지난 10일 숨진 안동 K여고 H양(18)이 투신을 두고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교사가 일방적으로 부정행위라고 단정해 학생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H양은 지난 10일 오전 9시 40분쯤 학교를 나와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투신자가 있다는 아파트 주민의 신고를 받고 119구급대 출동해 현장에서 응급조치 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졌으며 유족의 뜻에 따라 11일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측에 따르면 “당일 영어 시험은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세 문장의 영어로 적어내는 것으로 학생들이 답을 쓰던 중 교사는 아이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고 부정행위로 의심했던 것 것 같다. 아이는 영어수업 때부터 부정행위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했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은 담당교사 지시에 따라 교무실에서 반성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밝혔다.

“이후 담당교사는 아이에게 2교시 음악 수업이 시작됐음에도 수업에 들여보내지도 않고 반성문을 쓰게 함으로써 친구들에게 부정행위를 한 학생으로 낙인 찍히게 했다. 더구나 혼자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불안에 떨고 있는 학생 상태를 관찰하지 않고 방치해 아이가 교무실을 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회조차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숨진 H양은 교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교문을 나서자 경비원이 "어딜 가느냐"고 물었었을 뿐 외출증도 없이 '문방구에 간다'며  교문을 나서던 H양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족 측은 "K여고는 기숙사형 고등학교로 학교에서 전적으로 학생의 안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학교다. 반성문을 쓰게 한 담당교사가 자리를 지켰거나 경비원이 외출 허락 여부를 확인했다면 학생이 학교 밖을 나가 투신하는 상황까지는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허술한 학생 안전관리 문제도 지적했다.

H양이 쓴 2장의 반성문에는 영어로 된 세 문장과 '수행평가지에는 이 문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0점 처리된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사건...'이라고 쓰여져 있다. 다른 한 장은 '<사건경위서> Memory 수행평가 중 컨닝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없고 무척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저에게 주신 기회를 모두 다 썼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실망하신게 많겠지만 죄송합니다...”라고 마무리가 되지 않은채 발견됐다.

유족측은 “아이는 2학년 영어 중간고사 성적이 2학년 115명 중 전교 6등이었다. 학생들 이야기는 이날 쪽지시험이 어렵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부정행위를 안했다는 학생의 말은 전혀 믿지 않고 부정한 학생으로 낙인 찍으면서 그 모멸감이 아이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고 말하고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조차 메뉴얼대로 처리했다고 말할 뿐 정확한 진상조사 조차 하지않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 유가족들은 제2의 불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들의 교육과 생활관리 전반에 걸친 시스템, 재단운영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요구한다. 아이가 그날 하루의 사건 때문에 오롯이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평소 교사들의 언행과 관련된 학생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건이 발생한 K여고 측은 이에 대해 “불미스런 사건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학교측도 크게 당혹스러운 상황이며 학생들과 교사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라며 “사건과 관련해 교육부와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교사와 학생을 상대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교육부에서도 14일 진상조사단을 파견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